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이 과거 노동운동을 하다 내부 밀고자 역할을 한 대가로 경찰에 특별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국장은 1988년 노동운동단체인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활동하다 이듬해 8월 ‘대공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그사이 인노회는 이적단체로 몰리고 소속 회원 15명이 구속됐다. 김 국장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인노회 회원들은 7일 성명을 내고 김 국장에게 행적을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진실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김 국장이 밀고자로 활동했을 개연성은 매우 크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 중 강제징집된 김 국장은 1985년 제대 후 부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1988년 김봉진이라는 가명으로 인노회에 가입했고 지역 조직책임자인 지구위원장까지 지냈다. 조직의 실질적인 2인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치안본부가 인노회를 본격 수사할 무렵 그는 돌연 자취를 감췄고, 1989년 1월 말부터 회원들이 줄줄이 연행되기 시작했다. 소속 활동가들이 대부분 재판에 넘겨진 6월 인노회는 해체됐다. 인노회 회원들은 경찰 조사 때 김 국장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경찰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진술 거부가 무의미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김 국장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 국장은 1989년 8월 ‘보안 업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자’로 인정돼 순경의 다음 계급인 경장으로 특별 채용됐다. 대공 수사를 위해 특채했다는 뜻이다. 인노회 해체 후 경찰관이 된 김 국장은 인노회 회원들이 조사받았던 치안본부 대공3과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주로 보안 업무를 맡았다. 김 국장은 인노회 활동을 경찰에 자백한 것은 맞지만 동료들의 신변에 영향을 미칠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운동권 활동 경험으로 증거물 분석에 특기가 있어 대공특채가 된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행안부는 지난 2일 경찰을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경찰국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는 경찰을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로 되돌리는 조치라고 비판받고 있다. 경찰국 신설도 부당한데 그런 곳에 프락치 역할을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을 책임자로 앉힌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찰국 신설에 경찰 구성원 대부분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김 국장을 그대로 둔다면 이 조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된다. 김 국장이 프락치 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법원은 2020년 4월 재심 판결에서 인노회는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확정했다. 인노회를 이적단체로 몬 경찰 공작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