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밀착하는 솔로몬제도, 미·영 해군 함정 입항 거부

2022.08.31 14:12

“미국뿐 아니라 모든 외국 함정에 적용” 해명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최근 친중국 행보를 보여온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미국 해군 함정의 입항을 거부했다. 입항 거부가 논란이 되자 솔로몬제도 측은 미국에 대한 예외적 조치가 아니라 모든 나라 해군의 입항을 일시 금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솔로몬제도가 미 해군 함정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친중 노선을 택한 솔로몬제도가 미국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가 미국 해군 함정의 입항을 거부한 사실을 공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23일 우리 해안경비대 소속 함정이 급유를 위해 솔로몬제도에 입항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기항 불허 이유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자신의 국가 안보상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괴롭히고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솔로몬제도가 3년 전 대만과 단교하고, 최근 중국과 새로운 안보 협정을 체결하는 등 친중 성향을 보이는 것과 이번 입항 거부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남태평양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감시하던 영국의 해군 경비함도 솔로몬제도 입항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항 거부가 화제가 되자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30일 성명을 통해 타국 군함의 방문 승인 요건과 방식 등 절차를 개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체계가 갖춰질 때까지 타국 해군 함대 방문을 보류해 줄 것을 모든 협력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솔로몬제도가 마치 미 해군에 대해서만 입항을 거부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가바레 총리는 외국 해군 함정이 외교 인가 없이 자국 영해에 들어오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한다며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감시할 국가적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가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 선박이 해당 조치로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호주 영향권에 속했던 솔로몬제도는 지난 4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 협정에는 중국이 자국 필요에 따라 솔로몬제도에 함정을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미국·호주 등 서방에선 중국이 이 협정을 계기로 지역 내 군사기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또 솔로몬제도는 최근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가디언에 따르면 솔로몬제도 정부는 화웨이의 이동통신 기지국 161개를 설치하기 위해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 금리로 6600만달러(약 875억원)를 빌리기로 했다. 이는 솔로몬제도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호주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행보다. 현재 호주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자국 통신망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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