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1인분은 왜 180그램?

2022.09.30 03:00 입력 2022.09.30 03:03 수정

이건 아마 전 국민 궁금증일 테다. 고깃집에서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면 ‘애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거 먹고 배가 찰까 싶다. 그러니 1인분에 그치는 일이 없다. 단언컨대, 건국 이래 건장한 남성 넷이 고깃집에 모여 4인분에 만족하는 사건은 일어난 적 없다. 고깃집 주인의 말을 들어보면 어지간한 사내 넷이면 적게는 6인분, 많게는 12인분도 주문한다. 어느 전직 운동선수 가족은 방송에서 소고기 16인분을 셋이 해치우기도 했다. 덩치 큰 넷이 나오는 다른 방송에서는 1인분만 먹는 걸 불명예로 여긴다. 아무렴 삼겹살 1인분 180g은 도무지 성에 안 찬다.

김연식 전 그린피스 항해사

김연식 전 그린피스 항해사

까닭을 알아봤다. 열량을 셈하면 이해된다. 보통 성인 남성은 하루에 2700㎉, 여성은 2000㎉를 먹어야 한다. 한 끼에 평균 780㎉를 섭취하면 된다. 쌀밥 한 공기가 300㎉, 찌개 100㎉, 각종 반찬과 쌈, 채소 100㎉면 이미 고기 없이 500㎉다. 나머지 280㎉는 삼겹살 80g이면 충분하다. 요거트 한 컵과 비슷한 양이다. 이게 권장 섭취량이다. 안타깝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삼겹살 1인분 180g을 다 먹으면 고기만 630㎉다. 여기에 밥, 반찬, 찌개까지 먹으면 1130㎉가 된다. 우리 배가 불룩하게 나오는 원인이 여기 있다. 덩치가 커서 많이 먹는다고 2인분을 해치우면 고기만 1260㎉에 나머지 음식을 합해 총 1760㎉다. 과식이다. 칼로리를 따지면 삼겹살 1인분도 많다. 엄밀히 말해 그 절반이면 충분하다. 고깃집에서 1인분을 둘이 나눠 먹는 건 너무 가혹하고, 고깃집 주인 눈치도 고려하면, 양보해서 각자 1인분만 먹자. 먹고 이미 과식했다 생각하자.

고기 소비를 줄이는 건 우리 건강뿐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현재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를 배출한다. 오토바이, 비행기, 기차, 자동차, 화물차, 선박 같은 전 세계 운송수단의 배출량을 모두 모은 양보다 많다. 구글 지도를 보면 남아메리카 대륙의 절반은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기르는 밭이 되어 있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 브라질에서는 경작지를 더 넓히려고 숲에 불을 지르고 나무를 베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먹는 고기는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치는 공장식 축산업의 상품이다.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숲을 밀어내면, 거기 살던 꽃과 풀, 풍뎅이와 메뚜기, 토끼와 여우, 오랑우탄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린피스는 이렇게 탄소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고 있다.

갑자기 식습관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탄소를 비교적 적게 뱉고 건강에도 좋은 채소 위주 식단을 차츰 짜보면 좋겠다. 그것도 힘들 수 있으니 가장 먼저 고기를 영양에 맞게 적당량으로 줄여보자. 과식이라도 멈추자는 말이다. 어떤 방식이든 고기 소비를 시나브로 줄이면 가축을 먹이는 데 사용하는 곡물을 기아 문제 해결에 쓸 여력도 생긴다. 건강한 식생활은 내 몸과 세상을 건강하게 만든다. 나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길은 가까이 내 식탁에도 있다. 고깃집 주인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건강을 위해, 또 환경을 위해 일단 고기는 딱 1인분만 먹기 어떨까. 물론 더 적을수록 좋고, 채식이면 금상첨화다. 내일 10월1일은 세계 채식인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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