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탄받는 러시아, 국제무대 ‘왕따’ 절감

2022.11.16 15:59 입력 2022.11.16 17:31 수정

COP27 러시아 주최 토론회 ‘전쟁 규탄’ 시위

외국 토론자 섭외 못해 전원 사실상 집안 행사

G20 정상회의서도 양자회담 거의 없어

‘러시아 기피’로 G20 단체사진 촬영 건너뛸 듯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발리|UPI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발리|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적인 규탄을 받는 러시아가 국제무대에서 ‘왕따’로 전락한 현실을 절감하고 있다. 이집트 샤름알셰이크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러시아 대표단은 사실상 기피 대상 취급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COP27이 열리고 있는 국제 회의장에서 러시아가 주최한 토론 행사 도중 소동이 벌어졌다. 단상에 자리 잡은 러시아 당국자들을 향해 청중 여러 명이 비난하고 항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 사람은 “당신들은 모두 전범이다”라고 소리치며 비난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거나 “당신들은 우리 민족을 죽이고 있다”고 외친 사람도 있었다. 비난하는 사람이 나올 때마다 행사는 중단됐고 유엔 측 경비요원이 시위자를 퇴장하도록 안내했다.

기후변화 관련 행사장에서 시위대가 시위를 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행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5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러시아가 이번 COP27에서 4개의 토론회를 준비하는 등 공을 들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타국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를 한 명도 섭외하지 못해 토론자를 러시아 측 인사들로만 채웠다. 국제 회의장에서 사실상 집안 행사를 치른 꼴이다.

러시아 의회인 두마 의원이자 러시아 자연보전협회 회장인 뱌체슬라프 페티소프는 “모두를 초대했지만 아무도 오려 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페티소프는 러시아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에서 뛰면서 두 차례나 우승한 경력이 있는 유명 인사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미국의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 대표단 일원인 세르게이 리바코프는 “이제는 (케리 특사가) 그와 악수조차 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티소프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말하려고 이집트에 온 게 아니라 우리의 우려와 경험,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왔다”면서 “러시아 없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페티소프는 두마 의원으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4개 지역 병합을 찬성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딸이 미국에 거주 중이지만 미국 방문이 금지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COP27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린 발리 상황도 비슷했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을 대표로 참석시켰다. 다른 나라 정상들은 정상회의와 별개로 분초를 쪼개 가며 분주히 양자 회담을 했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공식 다자회의 참석을 빼곤 일정이 한가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하기엔 격이 낮은 측면도 있지만 러시아의 위상을 감안하면 일정이 너무 적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각각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중국, 인도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 회담했다.

엉뚱하게도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3일 발리에 도착한 직후 심장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언론 보도로 주목을 받았다. 외교부는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며 호텔 테라스에서 자료를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G20 정상회의 첫날인 15일 화상으로 방영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변호하는 연설을 한 다음 발리를 떠났다. AFP통신은 러시아의 G20 정상회의 대표가 안톤 실루아노프 제1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교체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때문에 올해 G20 정상회의는 폐막 때 단체 사진을 찍는 관행도 건너뛸 예정이다. 러시아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거부하는 각국 정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백악관 당국자는 올해 있었던 약 15차례의 국제회의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러시아 당국자가 포함된 단체 사진을 한 번도 찍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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