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 지원 등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그룹 전반으로 재무 부담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추가지원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연섭 롯데케미칼 ESG본부장은 21일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며 “긴급한 상황은 지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더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롯데케미칼은 총 1조105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금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 5000억원, 나머지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건설에 약 6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롯데건설의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내년 1월까지 5000억원을 대여해주고, 총 2000억원 규모의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한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롯데건설이 자금경색에 빠지자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지원에 나서야 했다. 김 본부장은 “롯데건설이 보유한 사업은 대부분 우량한 사업이었으나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며 “자금 지원은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2차전지 관련 신성장 부문으로 동박 사업을 하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로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롯데건설 지원에 나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건설은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원을 내년 2월 8일까지 3개월간 차입하고, 롯데홈쇼핑에서는 1000억원을 내년 2월 9일까지 차입하기로 했다. 롯데물산은 롯데건설이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500억원 등 총 3500억원을 차입하는 데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지난 16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대규모 자금 조달로 롯데 계열사 전반의 신용 우려가 제기된다며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날 하이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1조원대 유상증자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29만원에서 2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건설 지원과 관련해 강종원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여금은 3개월 만기 대여로 만기가 1월 18일이며 현재까지 만기 연장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 숫자를 밝히긴 어렵지만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감축 계획을 아이템별로 갖고 있다. 상당한 금액이 올해 4분기를 포함해 내년까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