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이 멸종위기 반달가슴곰의 핵심서식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을 들여 지리산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받은 지리산 내 반달가슴곰 위치추적 자료를 보면 기재부가 ‘산악벽지용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산악열차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은 반달가슴곰이 매우 빈번히 출몰하는 주요 서식지 중 하나다.
장 의원은 “해당 사업은 겉으로는 연구개발(R&D)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리산 산악열차의 시범노선을 건설하고, 차량도 제작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위한 예산 72억원은 기재위 예산결산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장 의원은 산악열차 사업이 시행될 경우 환경부가 18년 동안 복원한 멸종위기 포유류 반달가슴곰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전기열차를 설치하려는 지역과 전북 남원시가 이를 연장해 설치하려는 산악열차 구간은 국립공원공단이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파악한 반달가슴곰의 출현 지점과 겹쳐있다. 사업 과정과 열차 운행 과정에서 반달가슴곰이 사고를 당하거나 소음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수십 마리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기에 지리산만으로는 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서식지가 축소되는 것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부는 2004년부터 천연기념물 329호인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현재 지리산에는 79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2013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2020년 기재부 예산에 한걸음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포함됐다가 환경단체·지자체 등의 비판을 받고 무산됐다. 이번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대응기금을 사용하는 사업으로 편성하면서 지역을 옮겨 더 큰 규모로 재추진되고 있다. 기후대응기금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저탄소산업을 지원하고, 탄소 배출량 저감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 분야 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장 의원은 기재부가 이 사업에 기후대응기금을 사용하도록 편성한 것은 기후대응기금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사 과정에서 벌어질 대규모 벌목을 포함해 야생 동식물이 입을 피해와 해당 지역 내 유동 인구 증가로 인한 오염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면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기열차가 일반열차에 비해서는 적다 하더라도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인 점을 고려하면 보전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국립공원에 철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재부가 철로를 놓으려는 지역은 자연공원법과 백두대간법 적용을 피해갈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남원시는 국립공원 구역 내에 이 시범사업 구간과 연결되는 산악열차 13㎞ 구간을 만들려고 추진 중이다.
장 의원은 “산림을 파괴하고, 반달곰을 위협하고, 유동인구 증가와 열차운행으로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사업을 친환경 전기열차라는 명목으로 기후대응기금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며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