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59)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20년 9월 기소 이후 2년 5개월 만에 나온 1심 결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10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정의연 전 상임이사 김모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윤 의원은 보조금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기와 준사기, 지방재정법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업무상 횡령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대협 상임대표로 근무하면서 개인 명의 계좌와 정대협 명의 계좌에 있던 현금 1718만원 상당을 57회에 걸쳐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 업무상횡령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개인계좌로 넘어가 횡령 혐의를 받은 1억35만원 중 대부분은 정의연 활동 비용으로 사용됐으며, 횡령의 고의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문화체육관광부나 서울특별시가 정의연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국고·지방보조금을 교부하는 과정에서 정의연이 부정한 방법을 썼다고 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박물관에 상근 학예사를 고용한 것처럼 꾸며내 법률상 박물관 등록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물관 등록 신청을 한 2013년 1월 당시 박물관 등록 조건에 상주 학예사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인건비 명목으로 여성가족부 보조금을 거짓 신청·교부받았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의연은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월급을 지급했다”며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5)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총 7920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도 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제출한 길 할머니의 치매 진단 의료기록만으로 길 할머니가 심신장애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길 할머니가 크고 작은 기부를 이어온 점, 기부가 대부분 언론을 통해 공개돼 온 점, 길 할머니의 의지에 따라 기부했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윤 의원이 고의로 길 할머니의 재산을 가로챈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해 “(피고인이 받은 후원금은) 후원회 회원에게서 받은 것으로 검사 측 증거만으로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했다거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안성쉼터 매입이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검찰 측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시세 4억원대인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비싼 7억5000만원에 매수한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재판부는 정의연이 부지 평수와 건물 수리조건 등 자체 기준을 갖고 후보지를 결정했으며, 정의연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인식으로 업무상 임무를 위배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성쉼터를 관청 신고 없이 숙박업소로 운영했다는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외부인의 월 평균 이용 횟수가 0.4회에 그친 점, 쉼터를 숙박업소로 운영한다는 광고를 올리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쉼터를 영리목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1심 판결로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며 “재판부가 유죄로 특정한 1700만원에 대해서도 횡령한 사실이 없으며, 항소심에서 성실히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피고인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