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터뷰]“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 대책 논의와 관련해 25일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가 자칫 신원 노출을 꺼리는 부모의 ‘병원 밖 출산’을 늘린다는 우려다. 감사원이 지난 22일 출생 미신고 아동 2236명의 존재를 발표하면서 출생통보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영아 유기·신생아 살해 등 극단적 사례 상당수는 병원 밖에서 낳은 아이에 해당한다.
김 의원은 “입양 관련 법안에도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사회적으로 여전히 있지만, 친부모가 기르지 못하는 아동이 더 나은 양육 환경을 찾을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혼인 김 의원은 딸을 입양해 함께 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감사원 발표 이후 출생통보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출생통보제만 강조돼서는 곤란하다. 감사원이 2000여명 아동을 추적할 수 있던 건 이들이 병원에서 출산돼 임시번호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파악하기가 어렵다. 눈길에 버려진 신생아 등 끔찍하고 슬픈 보도 상당수가 병원 밖 출산 사례다. 하지만 출생통보제만 단독 도입될 경우엔 이런 병원 밖 출산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보호출산제 입법을 함께 주장하는 이유다.”
-일부 시민단체는 보호출산제를 반대한다.
“동의하기가 어렵다. 출생통보제만 도입되면 안 그래도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들의 경우 병원을 더 기피해 음지로 들어갈 수 있다. 보호출산에 반대하는 분들은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 익명 출산을 늘린다, 아동의 (부모)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 논거를 내세우는데, 그런 주장이 오히려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상황이 되는데도 아이를 양육하려 하지 않을까? ‘베이비박스’(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에 아이를 두고 가는 행동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출생신고나 양육은 못 하지만 아이의 생명만큼은 살리고 싶은 마음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일부 주장처럼 미혼모 등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양자택일식 논의를 해서는 곤란하다. 제가 낸 법안도 내용을 보면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 지원, 상담 등 내용을 우선적으로 담고 있다.”
김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 한참 전인 지난 2월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이 정치권 최대 이슈였던 상황에서 김 의원의 소신 발언은 여야 의원 모두에게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정부질문 때는 이미 내가 보호출산법을 발의한 지 2년이 더 지난 이후였다. 해당 법을 낸 게 2020년 12월인데, 발의를 결심한 건 두 달 전 어떤 베이비박스 보도를 보고나서였다. 국정감사 중 우연히 기사를 보니, 한 아이가 관악구 베이비박스 앞 물통에 놓였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더라. 홀로 아이를 낳은 여성이 심야 택시를 타고 거기까지 가서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지 못하고 그 옆 물통에 둔 거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놓을 경우엔 시설에서 나온 사람과 상담을 해야 할 수 있는데, 산모는 신원 노출이 두려웠던 거다. 국감 중에 시간을 내려고 점심을 굶은 채 그곳에 갔다가 눈물이 났다. 베이비박스는 너무 보온 장치가 잘 돼 있더라. 그때 ‘다시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법 발의를 해도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더라. 정쟁이 한창인 가운데 대정부질문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을 이야기한 것도 그래서였는데, 잠깐 주목받고 끝이었다. 이번에 대책 마련 논의가 본격화된 건 다행이지만, 아기들의 또 다른 죽음이 밝혀진 이후여서 가슴 아프다.”
-여당은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를 함께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함께 가야하고, 윤석열 정부가 지난 4월에 아동 관련 주요 정책으로 병행 도입을 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남은 과제가 있나.
“출생통보·보호출산과 더불어 입양 관련 법안에도 손을 대야 한다. 보호출산제가 도입될 경우 부모가 익명인 아동은 일단 국가의 보호 아래 들어서게 되는데, 이 경우 시설 양육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좋은 가정에서 양육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가 아니지 않나. 또 시설에서 자란 아동은 나이가 들면 ‘보호 종료 아동’이 돼 또 다른 정책 지원 논의가 필요해진다. 헤이그 협약의 아동 보호의 원칙도 첫째는 아동 복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지만, 그 다음으로는 보충성을 고려하고 있다. 낳은 부모 가운데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이들의 경우 국내 입양, 국내 입양자도 없으면 국제 입양, 그마저 안되면 시설에 보낸다는 것이다.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고, 입양이 공적 체계에 따라 이뤄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