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사례를 공개했다. 어려운 지문이 나온 역대 수능과 모의평가의 국어 문제, 과도하게 많은 개념을 사용한 수학 문제 등을 예로 들었다. 교육부는 이달 초 치러진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 14번을 킬러 문항으로 지목했다. “현대 철학의 전문 용어를 사용하여 지문 이해가 매우 어렵고, 선택지 문장 역시 추상적이어서 지문과 답지의 개념 연결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조지훈의 시를 다룬 33번 문제에 대해서도 “풀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하다”며 킬러 문항으로 분류했다.
교육부의 설명대로라면 지문이 난해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하면 킬러 문항이 되는 셈인데 정작 이들 문항이 정규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는 근거는 없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쉬운 수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킬러 문항에 관한 대통령의 언급, 대통령실의 설명, 교육부의 예시가 모두 제각각이니 여전히 혼란스럽다.
교육부가 해당 문항의 정답률과 6월 모의평가 결과 등을 함께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6월 모의평가 성적표가 28일 학생들에게 배부될 예정이므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항별 정답률과 영역별 평균 점수, 만점자 수, 등급컷 등을 이미 산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6월 모의평가 원점수 평균이 예년보다 높거나 교육부가 킬러로 제시한 문항의 정답률이 20%를 넘는다면 사태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6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출제했다는 이유 등으로 교육부 국장을 경질하고 평가원에 감사를 지시했는데 이런 조치가 모두 타당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날 ‘사교육 경감대책’도 발표했다. 이른바 ‘영어유치원’과 ‘초등 의대반’에 대한 실태 점검 등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주 발표한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정책과 학업성취도평가 확대 정책, 고교 1학년 내신 상대평가 정책 등 ‘사교육 유발 3종 세트’는 철회하지 않았다. 수능 문항을 둘러싼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사교육 정책은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백년대계’가 실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