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와 관련해 26일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뭉개진 의문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권력자가 평가 결과를 못 내도록 압력을 넣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감사원에 ‘하명 감사’를 지시한 셈인데, ‘기획 사정’ 비판을 부른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감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으나 지역·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환경영향평가야말로 문제투성이다. 상시측정소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계절(2022년 11월~2023년 1월)에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한계가 있는 데다 레이더의 일반적인 탐색·감시 모드에서 측정됐는지, 강력한 전자파를 내는 추적·교정 모드에서 측정됐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김천 노곡리 일대 주민 100여명 중 지난 5~6년 사이에 10여명의 암환자가 발생했지만 역학조사도 없었고, 협의에 참여한 ‘주민대표’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놓은 ‘전자파가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결론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사드배치를 둘러싼 이런 의혹과 문제점을 차분하게 설명하기는커녕 정치보복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 여당의 온당한 태도인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게다가 “사드 3불이니 뭐니 하며 군사주권을 포기했던 자들”이라며 ‘반중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사드 전자파 괴담’ 유포 세력으로 지목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지우기 어렵다.
이번에도 정부·여당의 기획,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정치보복 수순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표적감사로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한 바 있다. 감사원은 최근에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찍어내기성 패싱 감사 등으로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터다.
김 대표는 감사원을 ‘정권의 돌격대’로 삼으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감사원의 훼손된 독립성·중립성을 바로잡고, 감사원 내부 기강 확립을 지원하는 것이 집권여당 대표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