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백화점 젊은이 팝업 성지 급부상
더현대 서울 ‘제2의 성수동’ 입지 구축
롯데·신세계, 명품 전용 팝업 공간도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이 20~30대들의 ‘트렌드 바로미터’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백화점 하면 패션·잡화 등 브랜드 강화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핫템’을 소개하는 팝업 행사장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온라인이 대세가 돼가는 요즘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 끌어모으는 효과가 크다.
팝업스토어란 특정 브랜드가 기간을 정해 놓고 여는 임시 매장이다. 인터넷 팝업창처럼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팝업 공간 1위는 단연 현대백화점이다.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제2의 성수동’으로 불리며 K팝·애니메이션·웹소설 등 업종을 불문한 팝업스토어 성지로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더 현대 서울은 K-팝 아이돌그룹의 데뷔(뉴진스)와 컴백(블랙핑크), 자동차 신차 전시(현대차 아이오닉6)와 인기 캐릭터(잔망 루피·카카오프렌즈), 애니메이션(슬램덩크)·할리우드(아바타2: 물의 길) 영화와 웹툰 ‘데못죽’(데뷔를 못 하면 죽는 병 걸림)까지 이색 팝업행사를 잇따라 선보이며 연일 오픈런 기록을 깨고 있다. 지난해에만 250여 차례 팝업스토어를 열어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트렌드 리더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젊은이들이 대거 더 현대 서울에 몰리면서 최근 2년간 MZ세대(20~30대)의 매출 비중은 55%로 전국 다른 15개점 평균(24.8%)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특히 MZ세대 전문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의 경우 지난해에만 300만명의 젊은층이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집계돼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288만명)는 1회 이상 쇼핑을 즐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픈 당시 압도적인 실내정원·실내폭포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로 젊은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면서 “지난달 ‘데못죽’ 팝업은 첫날 2000명이 줄을 서며 오픈런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1만여 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와 럭셔리 투트랙 전략으로 잠실점을 팝업 전문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광장은 MZ세대 타깃의 대형 팝업 장소로, ‘더 크라운’은 명품 브랜드 전용 팝업 행사장으로 꾸몄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찾는 아트리움은 초대형 테니스 팝업(더 코트)을 비롯해 노티드, 잔망루피, 다이슨, 라인프렌즈, 포켓몬 등 지난해에만 총 24차례 팝업 행사를 선보이며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최근 20만명이 다녀간 더 코트의 경우 게임존은 물론 인증샷 촬영 등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
올해 3월에는 에비뉴엘 1층에 럭셔리 브랜드 전용 팝업 공간인 ‘더 크라운’을 조성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IWC’ 팝업까지 총 6차례 럭셔리 브랜드 팝업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에는 팝업하면 백화점에 입점되지 않는 신규 브랜드를 만나는 공간이었는데 요즘은 단순 상품 구매를 넘어 체험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양대 팝업존을 통해 롯데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강남점에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한 ‘더 스테이지’ 팝업공간을 운영 중이다. 더 스테이지는 샤넬, 로저비비에, 아시아 최초 루이비통 컬렉션, 국내 최초 보테가 베네타 신규 컬렉션, 스티브 잡스의 운동화로 유명한 992 시리즈 등을 단독 공개하며 각광받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2~6월까지 14개의 행사를 선보이는 등 올해 말까지 15개를 추가해 총 29차례 팝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팝업기간 명품 매출도 동반 상승하는데 지난 4월 루이비통 팝업의 경우 강남점 명품 매출이 전년 행사기간 대비 10.9% 증가했다”면서 “앞으로 명품 외에도 스포츠, 주얼리 등 트렌드에 맞는 이색 팝업 행사를 계속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팝업스토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급속도로 변하는 트렌드를 오프라인 매장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온라인보다 변화 속도가 느린 오프라인 매장 특성상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들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 20~30대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이어지면서 여러 업종에서 팝업 러브콜을 보내는 등 업종간 선순환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굿즈 상품 판매 수익도 쏠쏠하다. 향수·인형·포스터 등 인기 상품을 소장하려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순간 백화점이 전국 사진 맛집으로 급부상한다”면서 “팝업스토어가 오프라인 최강자인 백화점의 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