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권단체와 미혼모·여성단체, 입양인단체 등이 출생 미등록 아동의 학대를 막고 아동권리 보장을 위해 ‘보편적 출생통보제’를 조속히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22개 단체로 구성된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네트워크)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남인순·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임신·출산·양육 지원체계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국회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등을 담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출생통보제의 골자는 부모에게만 부과됐던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도 부여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측은 미혼부, 미등록 외국인 등 현재 출생신고 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네트워크는 최근 감사원 감사로 확인된 영아 살해 사건 등을 언급하며 “출생 미신고 아동들에 대한 심층적인 원인 파악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감사원 조사로 확인된 2236명에서 이후 출생신고 확인 건 제외)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달 7일까지 지자체에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정부 전수조사가 관련 서비스 연계와 수사 의뢰로만 그치지 않아야 한다”면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모든 아동의 복잡한 사정과 그늘을 살피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출생통보제 도입 후 병원 밖 출산이 늘 수 있다며 보호출산제(산모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 지원)를 병행해 도입하기로 했다. 네트워크는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동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입양인인 피터 뭴러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그룹 대표는 “저를 포함한 많은 해외 입양인은 기록이 없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해외 입양인이 (출생) 정보에 접근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며 “해외 입양인들은 한국 정부에 ‘모든 아동이 출생 등록이 되고, 출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아동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 과연 미혼모들만의 문제인가”라고 했다. 최 대표는 “어떤 출산도 비밀이 되어서도 안 되며 (부모가) 스스로 양육을 선택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에 반대한다”며 “국가는 위기 상황의 임신·출산 지원체계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우려를 고려해 복지부는 지난 27일 익명 출산 전 양육을 위한 상담을 거치도록 하고, 자녀의 친생부모 정보 열람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수정안을 제출했다.
지난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보호출산제를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복지위는 출생통보제 도입 후 보호출산제에 대한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