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 ‘9년 만에 최저’
장혜영 의원, 기재부 자료 분석
4월까지 총지출 진도율 37.7%
10년치 평균보다 14조원 덜 써
올해 40조 ‘세수 펑크’에 초긴축
“경제 악영향 18조원, 침체 가속”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견된 가운데 정부가 지출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평균 지출 규모와 비교하면 14조원가량을 덜 썼는데, 예정된 지출을 강제로 줄였다가 경기 대응에 나설 여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4월까지 본예산 대비 총지출은 240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조5000원 줄었다. 총지출 진도율(37.7%)은 1년 전(39.3%)보다 1.6%포인트 낮다. 10조9000억원(결산 기준)의 세수 결손이 있었던 2014년(진도율 36.5%)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10년(2013~2022)간의 평균 진도율(39.8%)보다도 2.1%포인트 적다.
지출 규모로 보면 4월까지 평년 대비 약 14조원을 덜 쓴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대응 예산이 편성된 2021년·2022년을 제외한 평균 진도율은 39.1%로 올해 진도율은 이보다도 1.4%포인트 모자란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이유는 세수가 부족해서다. 지난 5월까지 국세는 1년 전보다 36조원 넘게 덜 걷혔다. 이대로라면 올해 세수는 40조원 가까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국채 발행 없이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세수 펑크에 대응할 방법은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뿐이다. 실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올해 세수 부족 해결책으로 예산 ‘불용’을 언급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기재위 현안질의에서 추 부총리는 “재정 집행을 성실히 하더라도 늘 불용금액이 일정 부분 나온다”며 “그런 부분은 자연스럽게(불용할 것)”이라고 했다.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13년과 2014년에도 정부는 편성한 예산 중 각각 18조1000억원, 17조5000억원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정부 재정지출 감소가 승수효과를 일으켜 사회 전체의 부를 더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승수효과란 정부가 지출한 금액보다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정부가 한 기업으로부터 재화를 구입하면 해당 기업은 수익 중 일부를 직원 월급으로 지급하고, 직원은 이를 소비한다. 이 직원에게 물건을 판매한 또 다른 기업은 수익을 직원에게 월급으로 주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적잖은 수요가 창출된다. 2019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정부 지출 승수효과가 1.27(5년 누적 기준)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의 재정지출 승수를 약 1.3으로 놓고 추정해보면 지난 4월까지 쓰지 않은 14조원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약 18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명목GDP 2162조원의 0.8% 수준이다.
장 의원은 “예산의 임의적인 삭감은 세수 결손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기재부는 국채 발행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감세 철회를 비롯한 세수 확보 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