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인준
영아 살해범도 일반 살인범처럼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5개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은 영아 살해·유기죄를 폐지함으로써 영아 살해·유기 범죄에 대해 일반 살인·유기죄 처벌 규정을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존 형법상 일반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존속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영아 살해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왔다. 또한 일반 유기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존속유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영아 유기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았다.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영아 살해·유기 관련 규정은 1953년 9월 형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70년 동안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형법 제정 당시엔 질병 등으로 인한 영아 사망이 흔해 출생 신고를 늦게 하는 관행이 있었고, 영아 인권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영아 살해·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던 차에 최근 영아 사망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국회가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섰다.
형법 개정안에는 사형의 경우 집행시효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에는 사형 선고가 확정되더라도 집행되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돼 집행을 면제받는 규정이 있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한부모·미혼모 가정과 위기임신가정 등에 대한 지원책과 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형량만 높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퇴임한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인 권영준·서경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무기명 전자투표에서 서 후보자 동의안은 재석 의원 265명 가운데 찬성 243명(반대 15명, 기권 7명), 권 후보자 동의안은 찬성 215명(반대 35명, 기권 15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국회는 전날 인사청문특별위원회(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서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권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청문특위 전체회의에서야 보고서가 채택됐다. 권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 일곱 곳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약 18억원을 받은 일로 변호사법 등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에는 이러한 사실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소수 의견이 병기됐다.
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심사경과보고에서 “법률의견서 작성 과정에서 고액의 자문료를 받았다는 점이 일반 국민이 기대하는 대법관의 도덕성과 준법 의식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법관 임명 시 수임했던 로펌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 대해 신고·회피 신청을 하고,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제출했던 의견서를 철회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대법관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반대 표결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권 후보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임기 내내 공정성 시비는 불가피하다”며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유수의 로스쿨 교수들이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고 대형로펌에 법률의견서를 제출하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7월분 수당의 3%를 수재 의연금으로 갹출하기로 했다. 또한 수해로 인해 이번 주로 예정됐던 상임위원회 일정이 대부분 연기된 것을 고려해 7월 임시국회 일정을 오는 28일까지로 연장하고, 이달 27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경우 복무기간 자체를 무효화해 편입되기 전의 신분에 따른 복무기간을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