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내정했다. 대통령실이 두 달 전부터 ‘이동관 낙점설’로 여론을 떠보더니, 결국 강행했다. 그동안 이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을 주도한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면서 여론은 부적격으로 모아졌다.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이 내정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이 반발 여론을 무시한다면 방송장악을 위한 오기 인사이자, 불통·독주의 국정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내정자 인선을 발표하며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방송·통신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지명 발표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거론하며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에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의 도약, 영국 BBC·일본 NHK 같은 신뢰받는 공영방송 등도 강조했다. 이 내정자가 언급한 ‘가짜뉴스’는 윤 대통령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와 언론을 폄훼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과거 언론탄압의 ‘대명사’ ‘기술자’로 불린 이 내정자가 공정한 미디어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방통위법은 대통령직인수위원 출신은 3년이 지나지 않으면 방통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윤 대통령이 이 내정자가 인수위원이 아니라 인수위 고문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현직 대통령실 특보가 방통위원장으로 직행한다면 방송·통신의 독립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이동관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그 후 이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공영방송 언론인·프로그램 퇴출로 언론장악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과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그가 2019년 유튜브 채널에서 “보수 우파의 제대로 된 분들은 지상파를 보지 않는다”고 서슴없이 말한 걸 보면, 오도된 언론관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인사가 방통위원장이 되면 방송 독립성은 허울만 남고 ‘정권 친위 방송’만 획책하려 할 것 아닌가. 이 내정자는 아들의 학교폭력 개입 논란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취임 2년차인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는 것이 대통령실 인식이다. KBS·MBC 등 공영방송을 옥죄고 흔든 ‘땡윤 뉴스’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 승리를 노리는 착점이 이동관인가. 다수 국민의 의사를 묵살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불통과 독주이다. 이런 국정운영은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초래해 정권에 부담으로 되돌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