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사망자 수 55명으로 증가
‘기후위기가 최악 참사 원인’ 분석
하와이 마우이에서 발생한 산불 사망자 수가 최소 55명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산불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불이 확산하기 어려운 조건인 습한 열대섬 하와이에서 최악의 참사가 빚어진 것은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은 10일(현지시간)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5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캘리포니아 산불 ‘캠프파이어’에 이어 미국에서 최근 100년 새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산불이다.
마우이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재 화재가 대부분 진압됐지만, 아직까지 도로가 폐쇄돼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있어 수색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사망자 수가 앞으로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1960년에 빅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번 사망자 수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아서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번 산불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약 1700개의 건물이 파괴됐다.
그린 주지사는 이번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한 라하이나 지역에 대해 “폭탄이 터진 것 같다”며 “라하이나의 80%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라하이나를 재건하는 데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산불의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재난에도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충격적인 사실은 건조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고 초목이 우거진 곳으로 유명한 하와이에서 이번 산불이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지구가 가열되면서 재해로부터 보호받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와이의 연평균 강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점점 더 건조해져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으로 변했다. 하와이대·콜로라도대 연구진의 2015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로 하와이의 강우량이 우기에는 31%, 건기에는 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몇 주간 하와이에서는 가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 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에 따르면 이번 주 하와이 전체 지역의 83%가 비정상적으로 건조하거나 가뭄 단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이 약해지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보고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하와이 상공의 구름층이 얇아지는데, 이는 곧 강수량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수량이 같아도 기온이 높으면 더 빨리 건조해진다.
클라크대학 기상학자 애비 프래지어는 “이러한 모든 요인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기후변화의 신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대의 대기과학자인 제이트 오트킨은 지난 4월 공동 작성한 연구 보고서에서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데워지면서 이 같은 급작스러운 가뭄이 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악화시킨 허리케인도 영향을 미쳤다. 오리건 기후변화연구소 소장인 에리카 플레이쉬만은 “전 세계적으로 허리케인의 강도가 높아지는 추세인데, 이는 부분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더 많은 물을 머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 현상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이번 하와이 산불에서도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기압차가 커지면서 무역풍이 강해져 불길을 빠르게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이번 주 빅아일랜드와 오아후에서 풍속은 최고 시속 130㎞에 달했고, 산불이 덮친 마우이에서도 시속 108㎞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