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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아들 1학년 담임 교사 “이 후보자 ‘화해’ 주장 동의 못 해…반성 찾을 수 없다”

2023.08.18 06:00 입력 2023.08.18 10:03 수정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아들 학교폭력 의혹’에 대해 당시 이 후보자 아들의 담임을 맡았던 전 하나고등학교 교사가 입을 열었다. 이 후보자 아들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을 상담도 했던 이 교사는 “이 후보자가 (아들과 친구들은) ‘1학년 때 이미 화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후보자에게서 공평한 시선과 반성적 사고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언론에 이 후보자 아들의 담임 교사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나고가 개교한 2010년부터 하나고에서 근무했다는 A씨는 17일 경향신문과 만나 “이 후보자 아들과 피해 학생들이 진술서를 쓰기 전 화해했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011년 이 후보자 아들의 1학년 담임 교사였으며, 이듬해 피해 학생들로부터 진술서를 받고 상담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자녀가 하나고 1학년 때 이미 피해 학생들과 화해했다고 말한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던 지난 6월 입장문에서 “사건 발생 당시인 2011년 1학년 재학 당시 물리적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1학년 당시 당사자 간에 이미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방적 가해가 아니었고, ‘심각한 학교폭력’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를 두고 A씨는 이 후보자가 “맥락이 제거된 사실만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화해한 적이 있더라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학생들이 진술서를 작성했던 것”이라며 “당시 상담을 하러 온 아이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한 피해 학생이 작성한 진술서를 보면 “심각하게 몇번 가해자(이 후보자 아들)에게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효과는 며칠뿐이거나 아예 없었다”고 적혀 있다.

그는 이 후보자가 내놓은 ‘학폭 사건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반박했다. ‘심각한 학교폭력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정말 심각한 폭력이 없었으면 왜 아들이 전학을 갔겠나”라며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학교폭력위원회가 여러 번은 열렸을 사안”이라고 했다. 또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하나고’라는 권력을 왜 그만두고 나가나. 서울대생한테 ‘너 잘못했으니까 그만둬’라고 하면 그냥 나가나. 당시 하나고의 상징성은 정말 어마어마했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두고 ‘정식 진술서가 아니라 효력이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지금까지 보도된 진술서는 원본의 내용이 맞다”고 했다. A씨는 “지금 하나고 안에도 원본을 보유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A씨는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 문제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데 대해 “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해당 사실이 적힌다면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었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김승유 당시 하나고 이사장 등을 통해 사건 처리에 외압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그 부분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A씨는 당시 하나고가 학폭위를 열지 않고 이 후보자 아들을 전학 조치한 데 대해 “당시로써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이뤄지는 게 중요했고 (학폭 제도가 만들어지던) 과도기였기 때문에 학폭위가 무조건 열려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생각보다 일이 커지자 당황한 피해 학생들이 ‘없던 일로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진술서를 썼던) 학생들이 당시 일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도 했다.

A씨는 뒤늦게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 “내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자의 해명대로라면 당시 진술서를 받고 상담을 한 나는 뭐가 되나”라며 “나 같은 인간은 신경도 안 쓴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전날 본인 인터뷰가 담긴 문화방송 보도에 대해 ‘익명 뒤에 숨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내가 하는 말은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게는 방통위원장 자질인 중립적인 가치 체계, 공평한 시선, 반성적 사고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이 후보자의 입장문이 이렇게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당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 아들을 전학보내기로 했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고려한 여건을 마련했다. 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재되지 않는 ‘은혜’를 입었다. 그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후에 피해 학생들과 화해를 했더라도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한다.”

A씨는 “교사인 나도 반성할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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