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서 인공지능(AI)이 만든 예술 작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AI를 활용한 예술 작품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9일(현지시간) AI가 만든 예술 작품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거부한 미국 저작권청(USCO)의 결정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과학기술 기반 기업인 ‘상상엔진’ 대표 스티븐 탈러가 AI로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이 거부당하자 지난해 6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AI 프로그램인 ‘창의성 기계’로 만든 2차원 예술 작품이 저작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여 만에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을 담당한 베릴 A. 하웰 판사는 “저작권의 기본 요건은 인간의 작품”이라며 “그동안 법원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아왔다”고 밝혔다. 법원은 원숭이가 찍은 ‘셀카’ 사진 등에 대해 저작권 등록이 거부된 사례를 인용했다.
이는 챗GPT, 미드저니 등 생성형 AI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AI가 만든 예술 작품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의 한계선을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여전히 인간이 만든 작품에 대해서만 저작권이 부여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됐다. AI로부터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며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향후 AI가 만든 콘텐츠에 관한 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 탈러 측은 “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탈러는 “AI가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거부하는 것은 ‘모든 유형의 표현물에 대해서 작가의 원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한다’라는 저작권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생성한 대부분의 작품은 저작권이 없지만,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인간의 작품은 경우에 따라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은 “인간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수정 및 배열하는 등 인간의 창의적 노력이 포함된 경우에만 AI의 도움으로 만든 작품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저작권청은 지난해 2월 미드저니로 만든 그래픽 노블에 대해 그 자체는 저작권 등록할 수 없지만, 해당 소설에 포함된 글과 이미지의 선택·배치 등 작품 구성의 저작권은 인정된다고 제한적으로 일부 저작권을 인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AI와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법적 복잡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 세계에서 AI 기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와 비슷한 법적 논란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웰 판사는 생성형 AI가 부상하면서 저작권 보호 자격을 얻기 위해 AI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지, 그리고 저작권이 있는 기존 저작물에서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예술작품의 독창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어려운 질문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탈러가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판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