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국정원’에서 정치댓글 공작 혐의로 구속됐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대표적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전속 강사에 위촉됐다. 지난 21일 열린 ‘자유총연맹 전국순회토크쇼’에서 이 전 차장은 자유민주주의 소양교육 전문 교수로 소개됐다고 한다. 여러 선거에 개입해 문제를 일으킨 국정원 인사가 내년 총선 앞에 보수단체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은 것인지 의구심을 키운다.
이 전 차장은 과거 국정원과 보수단체가 맺은 부적절한 커넥션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전 차장이 지휘한 심리전단에서는 전경련·기업에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들에 금전적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쪽에선 댓글을 공작하고, 또 다른 쪽에선 극우·보수단체 활동을 지원·독려하며 민주주의를 흔든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이다. 당시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기소한 서울중앙지검장도, 올해 신년 특사에서 이들을 감형·복권시킨 것도 윤석열 대통령인 게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렇게 세상에 복귀한 이 전 차장은 자유총연맹 강연에서 윤석열 정부를 홍보하고, 백선엽 장군 본인도 간도특설대 시절에 ‘조선인을 추격했다’고 인정한 친일 행적 지우기에 열을 올렸다. 10여년 전 자유총연맹을 정치적 선전·집회·시위에 활용하며 국정원의 ‘흑역사’를 쓴 핵심 인물이 그 관변단체의 강사로 직접 나선 꼴이 됐다.
자유총연맹은 올해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하고, 노골적으로 지도부에서 내년 총선 역할론을 시사하는 말이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노동·시민단체에 대해 ‘이권 카르텔’이라며 옥죄기에 나선 정부는 자유총연맹·새마을운동중앙회·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등 3대 관변 보수단체에는 올해 26억원이 늘어난 23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도 올해부터 인물 세평과 정당·사회단체·기업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내부 조직을 꾸렸다. 국정원과 관변단체들이 정권 안보나 정치 개입의 첨병이 되어선 안 된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권이 이런 퇴행적 ‘극우 카르텔’을 동원하면, 국민들의 반발과 심판을 각오해야 한다. 그 반헌법적 폐단을 사법적으로 파헤치고 징치했던 윤 대통령이 또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