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출생아 수 5만6087명
올해말 0.6명대 진입 가능성
브레이크 없는 저출생 내리막길
올해 2분기 출생아 수가 크게 줄면서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합계출산율도 2분기 기준 0.7명까지 낮아지면서 올해 연간 합계 출산율은 0.6명 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려고 15년 넘게 많은 예산을 쏟아붇고 있지만 출생률은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부모급여 확대, 육아휴직 급여 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3년 6월 및 2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6087명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062명(6.8%) 감소했다.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가장 적은 규모다. 6월만 보면 출생아 수는 1만8615명으로 파악됐다. 작년 6월보다 300명 줄었는데 감소 흐름은 91개월 연속 이어졌다.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01명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0.05명 줄었다. 지난해 4분기(0.702명)보다 소폭 낮아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다시 섰다. 2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은 2012년(1.26명) 정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0.53명), 부산(0.66명), 대구(0.67명), 인천(0.67명) 등 대도시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전남(0.94명), 강원(0.87명), 충북(0.87명) 등 인구가 적은 시골지역은 평균보다 높았다. 국내 출생률 1위 지역이었던 세종(0.94)의 합계출산율도 올 2분기 처음으로 1명선이 깨졌다.
통상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합계출산율이 더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이날 확정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되면서 1년 전보다 0.03명(3.7%)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정부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간 저출생에 대응해 280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81명으로 떨어졌다.
높은 부동산 가격,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 환경 등 아이를 낳고 기를 근본적인 환경이 갈 수록 악화되면서 청년들은 점점 더 결혼과 출산·육아를 꺼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34세 청년 가운데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36.4%로 집계되며 10년 전(56.5%)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53.5%)도 절반 이상이었다.
윤석열 정부도 범정부적인 저출생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실효성있는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월 국민의 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퇴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