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처럼 그림도 ‘익어간다’…최진욱·김지원 2인전

2023.09.18 12:11

누크갤러리, 기획전 ‘회화의 이름-그림의 시작’

두 작가의 초기작~신작 20여점 선보여···“그림이란 무엇인가 탐구 성과물”

김지원의 ‘맨드라미’(2023, oil on linen, 162x130cm, 왼쪽)와 최진욱의 ‘방안풍경 5’(2022, Oil on canvas, 53x45.5cm). 누크갤러리 제공

김지원의 ‘맨드라미’(2023, oil on linen, 162x130cm, 왼쪽)와 최진욱의 ‘방안풍경 5’(2022, Oil on canvas, 53x45.5cm). 누크갤러리 제공

중견작가 최진욱(67)과 김지원(62)은 30여년 전인 1990년대에 비슷한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최진욱의 ‘그림의 시작’, 김지원의 ‘그림의 시작-구석에서’ 등이다. 서로 다른 대학을 다니고 유학도 각각 미국, 독일로 갔던 두 작가의 우연이다. ‘그림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잡은 30대 젊은 작가들의 결기가 은근히 느껴지는 작품명이다.

이제 중견이 된 이들의 그림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늙어가는 작가들의 그림은 또 얼마나 어떻게 익어가고, 그림에 대한 생각들은 어떠할까.

두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있는 전시회를 미대 출신이기도 한 누크갤러리 조정란 디렉터가 기획했다. 누크갤러리(서울 평창길)에 마련한 최진욱·김지원 2인전 ‘회화의 이름-그림의 시작’이다. 조 디렉터는 “지난해 연 노충현·샌정 작가의 2인전 ‘회화의 이름’에 이어지는 전시로, 전시명은 노 작가의 제안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소설 말미에 언급된 ‘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 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 뿐’이란 구절처럼 그는 “회화 또한 덧없이 남아 있는 이름 뿐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지원의 ‘그림의 시작-구석에서- 파리장 속에서 검은 그림그리기’(1996, oil on canvas, 60x50cm, 왼쪽)와 최진욱의 ‘그림의 시작’(1990, Acrylic on canvas,195x130cm). 누크갤러리 제공

김지원의 ‘그림의 시작-구석에서- 파리장 속에서 검은 그림그리기’(1996, oil on canvas, 60x50cm, 왼쪽)와 최진욱의 ‘그림의 시작’(1990, Acrylic on canvas,195x130cm). 누크갤러리 제공

전시회에는 두 작가의 1990년대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20여 점이 선보인다. 누구보다 회화·그림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회화의 맛을 느끼고, 나아가 작가들의 표현방식과 사유 등 작품 변화상도 감상하는 자리다.

최 작가의 작품은 ‘그림의 시작’(1990)을 시작으로 1990년대 중반의 ‘자화상’들, 신작인 ‘방안 풍경’ 시리즈와 ‘신문이여 안녕’ ‘방문객’ 등이 나왔다. 그는 자신의 삶과 생각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인 작업실 등 실내 풍경을 자주 그린다. 그저 내부 공간이 아니라 공간 속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다. 거침없는 듯한 자유로운 붓질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최진욱의 ‘신문이여 안녕’(2023, Oil on canvas, 90.9x65.1cm). 누크갤러리 제공

최진욱의 ‘신문이여 안녕’(2023, Oil on canvas, 90.9x65.1cm). 누크갤러리 제공

최 작가는 전시글에서 “‘감성적 리얼리즘’, 눈앞의 사물을 감각적으로 리얼하게 그려내려는 게 내 그림인데, (그림은 ‘그림의 이유’를 그리는 것이기에)그러러면 ‘그림의 이유’를 담아야 한다”며 “그래야 ‘회화의 이름’을 얻게 되는데, 이름을 얻는 일 자체가 회화라니 허무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심오하다”고 썼다.

김 작가의 작품은 ‘그림의 시작-구석에서’(1996) ‘무거운 그림의 시작’(1997)을 비롯해 자화상이라 할 ‘김지원 N.Y.’(2009), 그리고 대표작인 ‘맨드라미’ 시리즈 등을 만날 수있다. 대중적으로 관심을 모은 ‘맨드라미’ 시리즈는 시기별 작품들로 표현 방식의 변화, 계절에 따른 색의 변화 등도 즐길 수 있다. 물감을 쌓고 뿌리고 또 긁어내는 작가의 행위와 그로 인한 질감이 돋보이는 화면이다.

김지원의 ‘맨드라미’(2015, oil on linen, 61x50cm). 누크갤러리 제공

김지원의 ‘맨드라미’(2015, oil on linen, 61x50cm). 누크갤러리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 작가는 “1990년대 초반, 내 그림을 다시 시작 한다는 자존적 다짐으로 시리즈 작업을 했다. 회화의 경계와 평면성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그림으로 그렸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 속에서 유랑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생각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내 그림 속에 상징과 유머 메타포가 있기를 바랐다. 계속 바라보면 생각하게 되고, 한참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그리게 된다”며 “색이 주는 환희, 색이 빠진 애도!”라고 적었다.

조 디렉터는 “작가는 자신이 보고 기억하는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고, 관객은 자신의 관점으로 그림을 보고 느낀다”며 “한 공간에서 두 작가의 다른 방식의 그림을 보면서 그 다름에서 오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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