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때의 허위보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좌관과 이재명 대표 대선 캠프 관계자, 인터넷 언론사 기자의 자택 등을 11일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수사 본류인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과는 별개이다. 검찰이 야권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이날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 의원 보좌관 최모씨의 국회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허모 리포액트 기자, 민주당 국회정책연구위원인 김모씨의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씨와 허 기자가 공모해 20대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1일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범죄 혐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보도를 했다고 본다.
허 기자는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거론된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과 조씨 인척 이모씨와 나눈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이씨가 최 전 중수부장에게 “이씨가 ‘김양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 조우형이 김 회장의 심부름꾼이었거든요. 솔직히’라고 말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윤석열이 그런 말 했다’고 맞장구쳤다”고 적혔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씨를 알지 못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취지였다.
검찰은 해당 기사의 전제가 된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본다. 최 전 부장이 아닌 최씨가 한 말을, 최 전 부장이 한 말로 둔갑시켜 허위 보도했다는 것이다. 최 전 중수부장은 이날 경향신문에 “그 보도를 지금 봤고 이씨라는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검찰은 허위보도 중심에 2021년 말 꾸려진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가 있다고 의심한다. 이들이 문제의 녹취록 혹은 녹음파일을 허 기자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최씨는 이 TF에서 상황실장을, 김씨는 조사팀장을 맡았다. 최씨가 보좌한 김 의원은 TF 단장이었다. 김씨는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 비서실 소속이었고, 이재명 후보 대선 캠프에서 기본주택본부장을 맡았다. 이들을 고리로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등 민주당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 의원실 외에 다른 민주당 의원실 이름은 적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허 기자는 이날 인천 송도의 자택 앞에서 취재진에게 “최씨, 김씨와 알고 지낸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허 기자는 “신뢰할 만한, 적절한 취재 방식을 거쳐서 확인해 그렇게 보도를 한 것”이라며 “만일 이게 민주당 보좌관과 대화 녹취록이었다면 그건 보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검찰이 대통령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명예훼손 조항을 악용해 또 다른 기자의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이날 경향신문에 “허 기자 연락처도 없고 누군지 잘 모른다. 해당 보도도 처음 본다”고 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검찰은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 후보에 대한 문제제기 또는 의혹제기와 관련된 자료(인터뷰 자료, 녹취록, 녹음파일, 보고서, 문건, 보도자료 등)’도 압수 대상에 포함했다. 문제의 보도 외에도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취재 자료 일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보도 수사를 빌미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보도 전반을 수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