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 가짜뉴스 확산에
EU, 엑스에 콘텐츠 규제 완화 책임 물어
블룸버그 “소셜미디어 이상주의 시대 끝”
유럽연합(EU)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에게 엑스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즉각 조치하라고 경고했다. 머스크의 콘텐츠 규제 완화로 인해 엑스가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되면서 전 세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티에리 브레통 EU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머스크에게 서한을 보내 “EU는 엑스가 불법 콘텐츠와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24시간 이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과 관련된 가짜뉴스와 폭력적인 영상에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브레통 위원은 “비디오 게임이나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군사용 영상이 짜깁기돼 엑스 상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며 “허위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 안보와 시민 담론에 대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머스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지난 8월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최대 연매출의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거나 유럽에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DSA는 구글·메타·엑스 같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유해 정보를 방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EU의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후 엑스에 관련 허위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된 데에 따른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습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엑스에는 5000만건이 넘는 관련 게시물이 게재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는 가짜 콘텐츠, 비디오 게임의 한 장면을 실제 상황으로 조작한 영상,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는 허위 문서 등이 포함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가짜뉴스가 100만뷰 이상이 조회되기도 했다.
경고 서한 전달 후 엑스는 공식 계정을 통해 “경영진은 현 상황이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필요로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유해 콘텐츠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하마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이나 검색어 조작을 시도한 계정 등도 차단·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머스크가 엑스 인수 이후 도입하거나 수정한 방침들이 가짜정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자유가 인간의 기본권이자 궁극적인 공익이라며 엑스의 콘텐츠 모니터링 직원 상당수를 해고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리 방침을 수정해왔다.
머스크가 새롭게 도입한 유료 서비스도 가짜뉴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엑스의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 유료 결제 이용자 계정에 ‘블루마크’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블루마크 계정에 공유한 게시글들은 다른 게시글에 비해 검색 시 노출빈도가 높아 가짜뉴스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여년 전 중동 지역 분쟁에서 전 세계 시청자에게 실시간으로 위기 상황을 전해주던 소셜미디어들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은 ‘소셜미디어 이상주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