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째주→넷째주 반환량 34% 감소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매장 이탈
제주 전역 확대 시행령 개정도 차일피일
전국 시행 불투명 정부 미온적 태도 영향
7일 정부가 일회용컵 등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제주에서 전국 최초 시범운영을 통해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최근 참여 매장의 잇단 이탈로 동력을 잃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일회용 종이컵에 대해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보증금제에 따른 일회용컵 반환량이 10월 첫째주 18만7263개에서 둘째주 16만7470개, 셋째주 15만1471개, 넷째주 12만3206개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3주만에 컵 반환량이 34% 감소한 것은 보증금제 대상 매장 중 일부가 참여를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동요가 있을 수 있어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참여 중단 매장이 늘어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참여 업체 이탈로 다시 삐걱대는 것은 해당 제도 추진에 미적지근한 환경부의 태도가 현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주에서 일회용컵 하루 평균 반환량은 제도 시행 초기인 12월 1600여개(반환율 10%)에 불과했으나 지난 9월 첫째주 2만7000여개(반환율 7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지자체 별로 보증금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환경부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국 시행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주도는 이에 지난 9월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 유보는 반환경적인 정책으로, 전국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더욱이 제주도는 환경부를 상대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을 조례로 정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 3월 입법예고 이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조례 개정을 통해 보증금제 대상 매장을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 등 제주지역 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제도 시행 초기 영세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형평성과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증금제를 보이콧하자 제주도가 업체간 형평성 해소를 위해 추진키로 한 정책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보증금제 시행 초기 형평성 논란과 일부 매장의 보이콧 선언 속에서도 업주를 설득하고 독려해 대부분의 매장이 제도를 이행할 정도로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환경부가 시행령 개정을 하지 않고 있고 전국 시행이 불확실해지면서 제도 참여 독려나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일회용컵을 회수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기 위한 것으로, 제주와 세종이 시범적으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우선 실시 중이다. 대상 매장은 전국에 100개 이상 가맹점을 갖춘 식음료 매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