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가수 지드래곤
음성 판정 이후 답보 상태
투약 정황에도 입증 어려워
섣부른 공개 전환 비판론도
경찰, 판례 근거로 수사 의지
구매 내역 등이 성패 가를 듯
“비유하자면, 이 사건은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불에 앉히기도 전에 알려진 것.”(지난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정례 기자간담회)
배우 이선균씨(48·왼쪽 사진)와 가수 권지용씨(35·활동명 지드래곤·오른쪽)의 마약 의혹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두 사람 모두 마약 정밀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이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의사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경찰은 판례를 근거로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초 조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섣불리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경찰청은 유흥업소 여실장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와 권씨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28일까지 한 달가량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결국 경찰은 지난달 25일까지였던 권씨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씨에 대해선 법무부에 출국금지 연장을 요청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마약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정황상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분명한데 불기소로 송치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수사 결론은 아직 유보”라고 했다.
이는 두 사람이 마약을 투약한 정황은 있는데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끝내 입증에 실패해 불기소로 송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수사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경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자 관련자 진술도 바뀌고 있다. 이씨는 당초 “마약인 줄 몰랐다”고 했다가 국과수 감정에서 음성 결과가 나오자 “마약 투약이 아닐 수도 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 음성이 나왔더라도 처벌받은 판례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김한빈씨(27·활동명 비아이)의 경우엔 체모 등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9월 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2021년 1월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제외한 다른 물증이 탄탄하게 확보된 경우다. 국과수 감정 결과 외 다른 물증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과수의 마약 양성 판정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3년 모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모발 감정 결과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마약 수사를 담당한 한 경찰관은 “혐의 입증엔 국과수 검사 결과뿐만 아니라 관계인의 진술, 구매 내역, 메신저 대화 기록 등 여러 증거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씨와 권씨에 대한 경찰 수사의 성패 역시 여기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청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나 내사 중인 인물은 이씨와 권씨를 포함해 모두 10명이다. 경찰 내부에선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데 대한 아쉬움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