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심위는 해당 민원을 근거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긴급 심의에 올렸고 지난 11월 KBS, MBC, JTBC 등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익명의 신고자는 지난 23일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했다. 류 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로 추정되는 민원인이 제기한 민원 심의에 참여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신고는 박은선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가 ‘비실명 대리신고’로 접수했다. 비실명 대리신고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신고자가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 신고를 대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고서를 보면 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사적이해관계자 추정 인물’들이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 KBS <뉴스9> 등의 지난해 3월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관한 민원을 제기했고, 류 위원장이 회피 등 절차 없이 심의에 참여했다”라고 주장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4일부터 6일까지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 추정 인물이 넣은 민원은 10건이다. 신고자는 이 중 7건은 가족 2명이, 3건은 류 위원장이 방심위원장이 되기 전 일했던 미디어연대의 대표가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접수된 10건 중 6건은 민원인이 민원을 취하했다. 가족 추정 인물이 넣은 MBC, JTBC, KBS에 대한 민원 4건은 심의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할 때는 전화번호를 통한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 신고자는 “지난 9월4일부터 민원이 단시간 내 집중적으로 제기됐을 뿐 아니라, 전 방심위 직원이자 미디어연대 공동대표인 박모씨가 민원을 넣거나 유사한 문구의 민원 내용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점을 수상히 여겨 민원을 조사하던 중 신고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피신고자 류희림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자를 통한 ‘셀프 민원’ 내지는 ‘민원 사주’를 묵인함으로써 불공정한 심의를 했다고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5일 류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방심위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입장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