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신군부는 대입 정원 규모를 넘어서는 재수생 누적과 과외 과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학졸업정원제’를 전면 실시했다. 정원 130%를 선발한 뒤 30%는 무조건 중도 탈락시키는 방식이었다. 억울하게 퇴출당한 학생들은 편입도 취업도 어려웠다. 학생들 간 교류를 차단시키며 사회 적응력을 상실케 하고, ‘인생의 폐업’으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 제도는 논란 끝에 결국 1987년 폐지됐다.
대학 수는 당시의 두 배로 늘고,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는 요즘이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고달프다. 20세에 입학해 23세에 졸업하는 ‘칼졸업’이 드물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2022년 신입생 중 재수·N수생이 4명 중 1명(26.0%)이고,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중도 탈락생’은 전년 대비 0.3%포인트 늘어난 5.2%로 집계됐다. 휴학률(24.8%)은 1980년(10.6%)의 두 배가 넘는다. 졸업요건을 갖추고도 학교 울타리 안에 남는 졸업유예는 선택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9만8000명 감소하고, 고용률도 46.5%로 하락했다. 저성장 속에 고착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문제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5%이고,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70%를 받는 것으로 추계된다.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로 가는 통로는 더 좁아져 이직자 중 10% 정도만 상향이동에 성공하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따라 이후 인생이 결정되는 취업도박에 내몰리고 있으니 정신건강이 온전할 리 없다. 지난해 자해·자살을 시도한 20대는 10만명당 190.8건으로 2018년 대비 49.5% 증가했다. 전체 증가율(11.8%)의 네 배가 넘는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늦게 디디면서 이후 생애 전 과정은 지연된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저출생도 심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1980년대보다 심한데 정부의 해결책은 도통 안 보인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칼졸업’이 보통인 시대가 돌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