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시장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가 하락이 환율 상승을 부르고, 상승한 환율이 다시 주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 조짐마저 보인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055억원의 현물을 순매도했다. 향후 증시 전망도 어둡게 보고 선물시장에서도 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매도로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1.69포인트(2.47%) 내린 2435.90으로 마감됐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2.4원 오른 1344.20원에 마감했다. 지난 연말만 해도 1290원대였는데 새해 들어서만 달러당 50원 넘게 올랐다.
정부는 이날도 대대적인 증시 부양책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연 민생토론회에서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주식 관련 감세 방침을 거듭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 외에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 한도를 올려 투자자들의 세금을 줄이기로 했다. 금투세 적용을 전제로 설계된 증권거래세도 같이 감면하기로 했다. 주식 관련 세금은 모조리 깎아주겠다는 의미다. 앞서 발표한 공매도 금지,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완화 등까지 포함하면 증시 부양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는 한반도 평화를 전제로 한다. 남북관계가 안정되지 않으면 그 어떤 증시 부양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커지는데 누가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에 투자하겠는가. 금융시장 개방으로 한국은 ‘글로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라는 얘기를 듣는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보다 2%포인트 높다. 외국인 자금은 언제라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대중국 수출 감소 등으로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와 환율 상승의 악순환까지 발생하면 과거의 외환·금융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한국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한국 경제가 회복돼야 가능하다. 주식 거래 과정이나 주식 양도 차익에 붙는 세금을 낮춘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재정 적자에도 흥청망청 감세 정책을 펴는 것이야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현시점에서는 무엇보다 남북 간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주식시장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