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작가 ‘도쿄도 동정탑’ 아쿠타가와상
‘언어 자기 검열’ AI 시대 비판적 묘사
“전체의 5%, AI의 문장 그대로 사용”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올해 수상작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쓴 문장이 일부 수록된 소설이 선정됐다.
1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문학진흥회는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소설가 구단 리에(33)가 쓴 <도쿄도 동정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범죄자가 ‘동정받아야 할 사람들’로 여겨지는 근미래의 도쿄를 무대로 한다. 쾌적한 새 고층 교도소 설계를 맡게 된 건축가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일과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는 자신의 뇌 속 ‘검열자’를 의식해 발언한다. 생성형 AI가 일상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언어에 대한 과도한 자기 통제가 일어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AI와의 대화 내용이 소설 곳곳에 담겨 있다.
출판사 신시오샤는 이 소설을 “허울 뿐인 말과 실체 없는 정의의 관계를 폭로하는 생성형 AI 시대의 예언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구단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언어로 대화하고 해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 AI와의 대화가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전체의 5% 정도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쿠타가와상 선정위원인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는 “완성도가 높아 단점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라며 “최근 아쿠타가와상에서도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평했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 신진 작가가 쓴 순수문학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구단은 2021년 소설 <나쁜 음악>으로 126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중소설 단행본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나오키상은 소설가 가와사키 아키코, 마키메 마나부가 각각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