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열 전 기무사 참모장 측
대법원 상고 취하 하루 전에
변호사 선임계·상고이유서 제출
윤석열 대통령이 설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시킨 김대열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 측이 대법원 상고 취하 하루 전 변호사 선임계와 상고이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고할 의사가 있었으나 사면될 가능성을 접하고 사면심사 직전에 상고를 취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참모장은 사면으로 전체 형기 가운데 80%가량을 면제받았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특별사면 직전 유사한 절차를 밟아 ‘약속 사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19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김 전 참모장이 선임한 법무법인은 지난 1월30일 법원에 선임계와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상고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형을 확정받았다.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열리기 3일 전이었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사면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김 전 참모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들의 정치적 성향과 경제적 형편을 수집하도록 부대원들에게 지휘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불복해 지난해 12월26일 상고하고, 1월19일에 이어 1월30일 변호인들을 통해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상고 취하로 형이 확정된 그는 설 특별사면 대상에 올라 지난 7일부로 징역 2년(730일)의 형기 가운데 585일가량을 면제받았다. 그는 2022년 10월25일 법정구속됐으며 지난해 3월20일 보석돼 146일가량 수감됐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참모장 사례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 사례에 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통상 형사 소송과 같이 자기 운명이 걸린 사건에서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기는 어렵다”라면서 “(사면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언질을 받고 그 틀 안에서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약속 사면이 실제라면 사법권을 농락하는 행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상고하겠다’던 김기춘도 돌연 취소…사전 교감 의혹
김 전 참모장과 함께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도 김 전 참모장과 같은 날인 지난 1월31일 변호인을 통해 상고취하서를 제출해 형이 확정됐다. 그도 설 특별사면 대상에 올라 전체 형기 가운데 585일가량을 면제받았다.
역시 설 특별사면에 오른 김관진 전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사면심사위가 열리기 하루 전 재상고를 취하하거나 포기했다. 김 전 장관은 단 하루도 형기를 채우지 않고 징역 2년형을 모두 감면받았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2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형 받자 “상고해서 다시 판단받겠다”고 직접 밝혔음에도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사면 가능성을 귀띔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탄희 의원은 “약속 사면은 ‘패스트트랙 사면’으로서 특혜 중의 특혜”라며 “정상적으로 형을 확정받아 실형을 살면서 사면심사를 기다려야 하는데, 미리 알려줘서 기다릴 필요조차 없게 만들어주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6일 설 특별사면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약속 사면’ 의혹에 관한 질의에 “사면을 약속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 국장은 “사면심사위에서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면을 약속받고서 재상고를 취하한다든지, 이런 일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