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 당사자도 알 수 없는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2024.02.20 17:09

민주당 현역의원 평가 공정성 시비 이어지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평가 과정이 폐쇄적이고, 정성 평가에서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정성 평가에서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심이 근간에 깔려 있다. 누가 평가하는지도 모르게 평가가 이뤄지고, 하위 점수를 받은 당사자조차 구체적인 수치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의원 상호 평가가 ‘인기 투표’가 돼 비명계가 불이익을 받았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현역의원 하위 10% 통보를 받은데 대한 재심신청  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현역의원 하위 10% 통보를 받은데 대한 재심신청 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약 7개월 앞둔 지난해 9월20일 당 홈페이지에 ‘제21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을 공개했다. 평가 항목은 크게 네 가지로 의정활동(380점), 기여활동(250점), 공약이행활동(100점), 지역활동(270점)으로 나눠진다. 총 1000점이다. 각 항목별로 구체적인 평가 방식도 기재돼 있다.

의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정성 평가 영역이다. 정량 평가 영역은 수치화할 수 있도록 구체화 돼 있다. 예를 들어 의정활동 영역에서 ‘입법수행실적’은 “대표발의 법안의 수, 대표발의 법안의 입법완료 건수, 대표발의 법안의 당론법안 채택 건수 등을 지표로 평가한다”고 정하고 있다. ‘성실도’는 의원총회 출석률, 본회의 출석률, 상임위원회 출석률을 지표로 평가한다고 돼 있다. 이론의 여지가 크지 않은 항목이다.

반면에 위원회 수행실적이나 의정활동 수행평가에는 다면평가와 정성평가 영역이 포함돼 있다. ‘의정활동 수행평가’는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와 정량지표로 측정할 수 없는 의정활동 성과 등에 대한 정성평가 결과를 종합하여 평가한다”고 돼 있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세부 내용은 평가위원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당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정성 평가는 전체의 20~25% 수준”이라고 말했다.

각각 하위 10~20%로 평가 받은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은 이 지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정량 평가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리 없는데, 종합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위 10%로 평가받으면, 득표율의 최대 30% 감산을 받게 된다. 단순 계산하면, 60% 이상을 득표해야 승리할 수 있다.

정성 평가 영역에서 평가자의 주관적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모든 곳에서 장난이 일어나고 있다”며 “외부 심사위원들은 당 주류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정성 평가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비명계에 낮은 점수를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평가하는 지도 알 수 없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송기도 위원장(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을 제외하고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름이 알려질 경우 외압을 받을 수도 있고, 평가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당사자조차 하위 평가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없다. 평가 근거와 점수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위 20% 평가 통보를 받고 탈당을 선언한 김영주 의원은 전날 “정량점수하고 정성점수하고 공개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치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일단 평가를 받는 트랙을 타게 되면 문제제기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김영주 의원은 조직 가동률이 전국 1위 수준이다. 그런 사람이 중간도 아니고 하위 20%라는 건 설득이 안 된다”며 “박용진 의원도 이슈 장악력이나 상임위원회 활동, 지역구 신뢰도를 보면 중위권은 될텐데 하위 10%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는 없어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재선 이상들은 지난 번 평가를 받아봐서 대비를 철저히 한다. 비주류인 박·김 의원도 오히려 철저히 대비했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누구를 찍어 내라고는 안 했겠지만, 주관적 평가와 계파적 사고가 비명계의 불이익으로 이어진 것이면 당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다면평가에서 비명계가 불이익을 받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초선은 초선, 재선은 재선, 또 보좌진 2명씩 등으로 해서 서로를 평가하는 방식이 있었다”며 “인기 투표처럼 돼 있어서 비주류가 손해를 볼 수 있고, 정성 평가가 많이 들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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