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연대, 노동안전 실태조사 발표
높은 노동강도·성과압박, 원인으로 꼽혀
삼성전자 “일부 답변을 사실로 과장”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반 노동자에 비해 수면장애, 우울증세, 자살 충동·계획·시도 등을 겪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높은 노동강도, 성과압박 등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돼 이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 등이 참여하는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약 7개월간 삼성전자 761명, 삼성전자서비스 894명, 삼성SDI 36명, 삼성전자판매 110명 등 4개 사업장 노동자 총 1801명이 이번 조사에 참여했다. 노조 연대 의뢰를 받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심층 면접 등의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보고서를 보면 조사에 응한 노동자 3명 중 2명가량이 수면장애를 겪었다. 임금노동자 평균(2020년 6차 근로환경조사)과 비교하면 수면장애 비율은 삼성전자서비스 4.8배, 삼성전자판매 4.5배, 삼성SDI 5.1배, 삼성전자 4.4배였다.
우울증세를 보이는 노동자들은 절반가량이었다. 우울증세 유병률은 삼성전자서비스 46.4%, 삼성SDI 46.7%, 삼성전자 45.8%, 삼성전자 지원 사무직군 53.1%였다. 국민건강영양평가 2014년 2기 자료를 이용해 494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일반인구 우울증세 유병률(18.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감정노동을 하는 삼성전자판매 노동자들은 우울증세 유병률이 69.5%였다. 삼성전자판매 노동자 A씨는 “선배가 ‘진상 고객’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 연차가 쌓여도 정신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항목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자살 충동·계획·시도 등 자살 관련 응답 비율이었다. 조사에 응한 4개 사업장별 노동자의 자살충동 비율은 일반인구 평균의 7.1~12.8배였다. 구체적으로 자살계획을 세운 비율은 3.4~13.3배, 자살 시도자가 없었던 삼성전자판매를 제외하면 9.7~33.3배였다.
연구진은 노동자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유를 높은 노동강도, 성과압박 등으로 꼽았다. ‘업무 후 정신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율은 4개 회사 모두에서 절반 이상이었다. 삼성전자판매의 경우 응답률이 95.3%였다. 삼성전자·삼성SDI는 응답자 중 3분의 2가 성과압박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삼성전자서비스(86.6%)·삼성전자판매(92.9%)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프리젠티즘’ 비율도 임금노동자 평균(11%)의 5~7배였다. 아플 때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11.8~25.9%로 임금노동자 평균(72%)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보고서는 적정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 경쟁을 부추기는 고과제도 개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설문조사 결과 고과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며 “하위고과가 임금·진급 등에서 장기적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징벌적 하위고과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특정 시점에 일부 응답자의 일방적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했다”며 보고서 내용이 허위주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