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능력주의’…과연 공정한가

2024.03.07 21:41 입력 2024.03.07 21:43 수정

[책과 삶] 굳건한 ‘능력주의’…과연 공정한가

계급 천장
샘 프리드먼·대니얼 로리슨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472쪽 | 2만6000원

한국 사회에선 ‘능력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는 능력주의가 곧 공정이라는 신화가 굳건하다. 성공이란 오직 개인의 노력에 비례하는 정당한 결과이고, 실패는 개인의 무능력이며 무노력이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 샘 프리드먼과 미국 스워스모어칼리지 조교수 대니얼 로리슨은 <계급 천장>에서 ‘능력’이란 특권층에게 유리하게 규정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페미니즘이 발전시킨 ‘유리 천장’ 개념과 사회학 이론을 결합해 ‘계급 천장’이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했다. 영국 최대 고용조사인 노동력조사(LFS)에서 10만8000명의 개인과 1만8000명의 엘리트 직종(의료·법률·금융·회계·방송 등) 종사자의 표본을 확보했다. 방송·회계·건축·연기 네 직군에서 175건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 모두가 평등하다는 현대 사회에서도 출신에 따른 ‘계급’이 있었다. 특권층 출신은 노동계급 출신보다 엘리트 직종에 종사할 확률이 약 6.5배 높았다. 엘리트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계급 출신의 임금은 같은 일을 하는 특권층 출신 동료보다 평균 16% 적었다. 저자들은 능력의 객관적 지표나 재능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능력으로 인정받는 방식이 특권층에게 유리하게 형성됐다고 본다. 인맥과 연줄은 ‘인재 발굴’ 같은 중립적인 표현으로 포장된다. 특권층 출신의 발음, 옷차림, 취향 등은 노동계급 출신보다 회사의 최고위 직급에 더 어울리는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저자들은 계급뿐 아니라 성별, 인종, 장애 등 여러 불평등이 함께 작용하는 불평등의 현실을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한다. ‘조직 내부에 계급 천장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라’ ‘무급 및 미공고 인턴십을 금지하라’ 등 계급 천장을 부수기 위한 10가지 권고안도 고용주에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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