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교섭본부 18년 만에 명칭 바꾸고 몸집 줄여
강경 대북 기조 반영…북핵 관련 외교적 협의 기능 축소
외교부 내에서 북핵·평화체제 문제를 담당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18년 만에 사라진다.
외교부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정보·국제안보 등을 추가한 ‘외교전략정보본부’(가칭)로 개편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외교부는 한반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기조 등을 반영해 명칭에서 ‘평화’가 빠지고, 기능도 축소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포함한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 기능은 외교전략정보본부장 산하 4개국 중 하나인 한반도외교정책국에서 맡게 되고, 외교전략기획관, 외교정보기획관, 국제안보국 등 기능이 통합된다. ‘2국 4과’ 체제의 차관급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1국 3과’의 국장급 조직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기존의 북핵외교기획단·평화외교기획단 2개국이 통합되면서 북핵외교기획단 산하에서 미국·일본 교섭을 담당하던 북핵협상과와 중국·러시아 교섭을 맡던 북핵정책과가 통합된다.
평화외교기획단 산하 평화체제과는 탈북민, 북한인권 등 최근 새롭게 다루게 된 업무를 감안해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평화라는 명칭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외교전략정보본부는 기존 한반도 업무뿐만 아니라 외교전략, 외교정보, 국제안보, 사이버 업무를 총괄함으로써 우리 외교정책이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맞추어 전략적이고 기민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보좌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업무가 더 이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핵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안보, 금융제재 등 여러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성격의 문제로 진화하였다는 현실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화하는 환경과 북핵 문제의 속성들을 다 감안한 조직개편”이라며 “국제 지정학적 환경에 맞춰 시스템을 바꾸는 중이며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줄인 게 아니라 늘린 것”이라고 했다.
18년 동안 북핵 관련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주요 관련국들과 북핵 문제 협의를 이끌어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기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2005년 9·19 합의라는 결실에도 불구하고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문제로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2006년 3월 출범했다. 3년 기한의 ‘한시 조직’으로 시작됐으나 2009년 운영 시한을 추가로 1년씩 2차례 연장했고, 2011년 직제 개정을 통해 상설화됐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 심화로 국제질서가 진영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6자회담 당사국 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기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맡던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는 앞으로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맡을 예정이다. 그러나 새 조직에 성격이 다른 여러 기능들이 한데 묶이면서 한반도 문제에 투입하는 노력이나 집중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외교부는 대중국 업무를 하는 동북아국을 일본 업무를 하는 아시아태평양국과 통합하는 문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존속시키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