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총격테러로 발칵 뒤집힌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당국에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모스크바 인근 공연장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한 지 몇 시간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왓슨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을 포함해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공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러시아 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주의보를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는 ‘경고 의무’에 관한 정책에 따라 러시아 당국에도 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다른 미 정부 당국자도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러시아에 적절하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주 러시아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포함해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모임을 대상으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 대사관은 러시아 내 미국인들에게 공격이 48시간 내 발생할 수 있다며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백악관은 미 대사관의 성명에서 언급된 ‘공격 계획’이 이번 테러와 연관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가 사전에 알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모스크바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이번 달에 수집했다고 전했다. 보안컨설팅 회사 수판그룹의 대테러 전문가 콜린 P. 클라크는 NYT에 “ISIS-K는 지난 2년간 러시아를 노렸다”면서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체첸, 시리아에 대한 모스크바의 개입을 언급하며 크렘린궁의 손에 무슬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벌어진 테러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우크라이나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테러를 벌인 이들에 대해 “그들이 키이우 정권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무자비하게 파괴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도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연루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