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솟는 생활물가, 총선 뒤가 더 두렵다

2024.04.02 18:21 입력 2024.04.02 20:37 수정

생활물가가 비상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농축수산물이 11.7%나 상승했다. 과일이 40.3% 올라 2·3월 연속 4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사과와 배는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올라 1975년 조사 후 최대 상승률을 찍었다.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인 점을 고려하면 2년 누적 물가는 7% 넘게 상승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등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 6.3%, 올해 6.7% 올라 2년 새 13% 올랐다.

그러나 경제 관료들의 물가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 할인 지원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특성상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현장에서 뵙는 소비자는 체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들 하신다”고 했다. 시장에서 파는 사과 가격이 통계청 통계보다는 낮다는 주장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소동을 떠오르게 한다. 정부가 농산물 할인쿠폰과 납품단가 지원 등에 1500억원의 재정을 긴급 투입한 데 비하면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한 것 아닌가.

물가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작황이 나쁜 참외값도 심상찮고, 총선 때문에 미뤄둔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게 뻔하다. 국제 유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최근 85달러에 육박하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70달러)보다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수입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상승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0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곡물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가적 특이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목표치로 2.6%를 제시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달성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눌러온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 고통이 줄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물가 상황에 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치솟는 물가도 걱정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혹세무민하는 정부가 더 걱정이다.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사과는 지난해 3월에 비해 88.2%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조태형 기자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사과는 지난해 3월에 비해 88.2%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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