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포스트 한동훈’ 자리를 두고 당권 투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대변하는 이른바 친윤(석열)계 영남 의원들이 당권을 장악했던 정권 초와 달리 그동안 권력 핵심부에서 소외됐던 수도권 비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당헌당규상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분간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 윤 원내대표는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고 총선 패배를 수습할 지도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총선 참패에 책임이 큰 친윤계 인사들이 뒷선으로 물러나고 대통령실에 각을 세워왔던 비윤계 수도권 의원들이 차기 당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해 생존한 나경원 당선인(서울 동작을)과 안철수 당선인(경기 성남 분당갑)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김기현 전 대표가 선출됐던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에게 찍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 당선인이 당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자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그를 해임했다. 당시 친윤계 초선 의원 48명은 나 당선인을 비난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안 당선인 역시 당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는 윤 대통령 측의 비판에 직면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심의 이런 (정권심판) 기류에 따라가려면 수도권 또는 중부권 역할론이 나와야 한다”며 “그 거센 싸움의 풍파를 뚫고 수도권 등 험지에서 당선되신 분들이 좀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당선인(인천 동·미추홀을)도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도 민심을 따르도록 하겠다”며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태호 당선인(경남 양산을)도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친윤계 주자들은 불리한 고지에 서 있다.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권성동 당선인(강원 강릉)과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당선인(서울 용산)도 당권주자로 거론되지만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인천 계양을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하면서 전당대회 출마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