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작년 말부터 라이더 최저임금 보장
우버·도어대시, 팁 감소 유도 등 보복 조치
배달라이더노조, 보복 해결 위한 법안 추진
“한국도 플랫폼 종사자에 최저임금 보장해야”
우버·도어대시 등 애플리케이션(앱)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뉴욕시 배달라이더들은 지난해 12월 큰 변화를 겪었다. 뉴욕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배달라이더 최저임금 보장이 이뤄진 도시가 됐기 때문이다. 6만5000명으로 추정되는 배달라이더들은 여전히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긴 하지만 최저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시간당 17.96달러였던 배달라이더 최저임금은 연간 생계비 상승분이 반영돼 지난달 19.56달러로 인상됐고, 내년 4월부턴 19.96달러로 오른다. 팁을 제외한 최저임금은 배달시간뿐 아니라 대기시간(on-call time)을 고려해 결정된다. 노동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리비, 연료비 등 업무상 비용도 반영한다.
배달라이더 최저임금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위험한 노동을 감내했던 배달노동자들이 배달라이더노조(Los Deliveristas Unidos)를 결성한 뒤 얻어낸 성과물이다. 배달라이더노조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조직화를 통해 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노동자 정의 프로젝트(Worker’s Justice Project)’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 1일 배달라이더노조 위원장인 구스타보 아흐체, 노동자 정의 프로젝트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가브리엘 몬테로와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과테말라 출신인 아흐체 위원장은 2004년 뉴욕에서 살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보장 이후 팁 감소 유도 등 플랫폼 기업의 보복 조치에 맞서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뉴욕시 배달라이더들이 최근 최저임금을 보장받게 됐다.
구스타보 아흐체(이하 아흐체)=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배달라이더노조 조직을 시작했다. 노조의 가장 큰 성과는 팁에 주로 의존했던 배달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보장을 얻어낸 것이다.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들의 방해로 거의 1년가량 지연된 끝에 지난해 12월 초부터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업체들은 (최저임금 시행 이후) 노동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블랙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강력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 뉴욕시 배달라이더 규모는 어떻게 되나.
가브리엘 몬테로(이하 몬테로)=6만5000명가량의 앱 기반 배달노동자가 있다.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중 75%는 유색인종 이민자로 추정된다.
- 당초 뉴욕 배달라이더는 지난해 1월부터 최저임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플랫폼 업체들의 로비, 소송 등으로 시기가 늦춰졌다. 업체들이 최저임금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몬테로=최저임금 보장이 플랫폼 업체 이윤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우버·도어대시 등의 비즈니스 모델은 노동자 안전·존엄보다 최대한 많은 부를 뽑아내는 데 초점을 둔다. 이들 업체가 배달라이더를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 분류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사업에 필요한 장비와 위험을 배달라이더 스스로 감당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기업은 이런 구조를 만든 뒤 배달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경쟁시켜 저임금을 유도한다.
- 배달라이더노조는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나.
몬테로=코로나19 팬데믹 중 배달 앱 이용이 급증하면서 노동자들은 매우 낮은 수수료를 받고 위험한 노동을 해야 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조직화 필요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조직화된 배달 노동자들은 5년간 권리를 보장받고 사고, 살인 등에 맞서기 위해 행진하고 집회를 열었다. ‘배달 노동자가 식당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에서 시작한 캠페인은 점점 더 확산됐다. 배달라이더노조는 끊임없이 거리에서 배달 노동자들과 만나 단결해서 싸워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해왔다. ‘필수 노동자’인 배달 노동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항상 기본적인 요구였다. 조직이 커지고 시 의회를 우군으로 확보할 힘이 생기면서 최저임금 보장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 지난해 말 최저임금 보장이 된 이후 배달라이더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몬테로=뉴욕시 소비자·노동자 보호국에 따르면 최저임금 시행 이후 앱 기반 배달 노동자 전체가 주 평균 1630만달러를 더 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실질적 혜택이 되고 있다.
- 최저임금 보장 이후 팁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나.
몬테로=우버·도어대시는 최저임금 시행 이후 앱 주문 초기 단계에서 팁 옵션을 제거했다. 이는 소비자가 배달노동자에게 팁을 주는 것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실상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보복 조치다. 이후 배달노동자가 받는 팁이 줄었다. 팁은 플랫폼 업체의 수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팁을 없애려는 것은 배달노동자의 취약성을 노린 것이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배달노동시장에서 사비로 장비와 모빌리티 기기를 사야 하는 배달노동자에게 팁은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 의회와 함께 팁 투명성 회복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배달라이더노조는 최근 어떤 이슈에 천착하고 있나.
몬테로=네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뉴욕시와 협력해 최저임금 보장이 확실히 되도록 하고 미보장 시 배달노동자가 임금체불 소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둘째, 플랫폼 업체들이 주문 시작 시 팁 옵션을 없애고 불투명한 임금구조를 만들어 노동자가 소득을 예측할 수 없도록 하며 부당하게 앱 계정을 정지(사실상의 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 셋째, 팁 투명성 회복을 위한 법안이 지난달 11일 발의됐으며 최저임금 보장에 대한 업체 보복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법안도 개발 중이다. 마지막으로 배달노동자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이동노동자 쉼터인) 거리 배달 허브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안전 장비, 전기 자전거, 노동자 상해 기금 등의 제공을 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 한국에선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절차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몬테로=한국 최저임금위원회 입장은 부끄러운 것이며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플랫폼 기업의 욕망에 굴복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정부는 앱 기반 배달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 한국의 배달라이더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흐체=포기하지 말고 우리 일을 존엄하게 하기 위해 싸우자. 우리는 최근 몇 년간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모든 나라에서 노동계급을 착취하기 위해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