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대표의 배임·횡령’ 근거가 판단 쟁점될 듯
민희진 어도어 대표 측은 17일 민 대표 해임안에 관한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멈춰달라고 법원에 낸 가처분 심문에서 하이브 측과 공방을 벌였다. 이 사건은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를 열겠다며 주장한 민 대표 배임·횡령 의혹의 근거가 주요한 판단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이날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법원에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면서 내세운 해임 사유는 어도어의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하이브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할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전혀 그런 일이 없었고 하이브 동의 없이 실현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 측은 오히려 그가 악조건 속에서 단기간에 그룹 ‘뉴진스’를 신드롬이 될 정도로 키워냈다는 성과를 강조했다. 하이브 측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그룹 ‘르세라핌’을 우선 데뷔시켰고, 최근 데뷔한 그룹 ‘아일릿’은 ‘뉴진스 복제’ 논란까지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민 대표 측은 “뉴진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방치하는 게 배임이지 시정하는 게 배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를 한 정황이 그의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확인된다며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의 경영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무속인 코칭’, ‘여성 비하 발언’ 등이 있었다는 점을 주요하게 내세우기도 했다.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은 민 대표가 어도어에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횡령 등 위법 행위를 한 경우와 같은 결격 사유가 발생하면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하이브는 민 대표의 직위를 유지하도록 할 계약상 의무가 없다”고 했다.
하이브 측은 이날 방시혁 의장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방 의장은 탄원서에서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산업의 리더로서 신념을 갖고 사력을 다해 사태의 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 의장이 경영권 분쟁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친 뒤 하이브 측 대리인에게 “민 대표의 배임·횡령이 있다고 보고 중대한 계약 위반 사유로 본 것인지?” “민 대표 스스로가 본인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인지?” 등을 집중해 물었다.
이에 하이브 측은 “수사기관에서 진행 중이라서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발표가 나올 때까지 분명 혐의가 있는데 대표이사로 두는 건 안 돼서 (해임)사유로 뒀다”면서 “증명 책임은 아니더라도 증명 부담은 민 대표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가처분 신청인 만큼 의결권 행사의 타당성을 따지는 게 우선이지만, 그 근거가 되는 ‘민 대표의 배임·횡령’이 있었는지에 관한 판단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민 대표의 배임·횡령에 대해선 하이브 측에 입증 책임이 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정은 임시주총이 열리는 오는 31일 전까지 내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민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민 대표를 해임하려는 하이브의 계획은 차질을 빚는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을 합법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