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더위에 지쳐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원숭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AP는 21일(현지시간)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 최소 83마리가 멕시코 남부 걸프 연안 타바스코주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과테말라검은짖는원숭이’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은 짖는 원숭이(Howler monkey)의 일종으로, 이름처럼 울부짖는 게 특징이다. 큰 턱과 이빨을 갖고 있으며, 성체의 키는 2피트(60cm)에 달한다. 동물생태학자인 힐베르토 포소 박사는 “원숭이들이 높은 나무 위에서 사과처럼 떨어졌다”며 “심각한 탈수 상태를 보이다 몇 분 만에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AP에 말했다.
목숨을 건진 원숭이들은 지방자치단체와 동물보호단체 등의 도움으로 돌봄 및 치료를 받고 있다. 멕시코 생물 다양성 보전 단체인 ‘코비우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죽은 원숭이들의 열사병 가능성을 지적하며 “탈수와 고열 등 증세를 보이는 원숭이들을 구출해 돌보고 있다”고 썼다. 일부 시민과 자원봉사자는 물과 음식 등을 원숭이 서식지 주변에 전달하고 있다.
현지 수의사와 구조대원들은 최근 멕시코의 폭염이 원숭이 폐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AP는 전했다. 현재 멕시코 곳곳에서는 한낮 최고기온 40∼45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 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5월 14일 사이 오악사카(와하카), 마사틀란, 산루이스포토시, 미초아칸, 할리스코 등지에서 337건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최소 17명이 숨졌다.
더위뿐 아니라 가뭄, 산불, 벌목을 포함한 자연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에서는 영양실조 또는 독성 농약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고 일간 아니말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전날 저녁 원숭이 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