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공짜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호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경규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포괄임금제 금지법, 왜 필요한가’ 토론회에 참석해 “현재까지 발의된 포괄임금 금지 관련 법률안은 (다양한 유형의) 포괄임금계약 금지규정을 신설하고 있다”며 “여러 유형의 포괄임금계약을 구분해 금지하기보다 통합해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법문의 명확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근무 등 일정 항목의 임금을 따로 산정하지 않고 다른 항목의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21대 국회에선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우원식·박주민·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명의 관련 입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김 회장은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조건의 명시’와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조항 위반 소지가 있으며, 임금대장 및 임금명세서의 의미도 상실시킬 수 있다”고 했다.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면서 연장노동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하려면 노동시간을 명확히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김 회장은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간 다툼이 많아 이에 대해 명확히 측정·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조항이 필요할지, 조항을 보완할지 검토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측정기록에 대한 노동자의 열람·등사·제시 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재규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포괄임금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해도 그 단점을 그대로 갖는 고정OT(오버타임·Over Time)제를 시행하는 사업장들이 있다”라며 “정보기술(IT) 업계는 고질적인 하청구조로 인한 저임금노동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고정OT제의 폐지가 필수”라고 했다.
‘빨간 날’ 얻을 수 있는 유급휴일수당과 연차수당이 포괄임금제로 악용되면서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현 민주노총 건설노조 법규국장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이후 임단협을 어기고 국공휴일에 대한 휴일수당이나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현장들이 생기는 추세”라며 “포괄임금제로 인해 급여 차이는 없고 시급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급여가 줄기도 했다”고 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발의된 법안들대로 포괄임금제 금지 조항 신설,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에 대한 포괄임금 금지가 필요하다. 노동시간 및 임금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해 추가 노동 실시 여부를 뚜렷하게 명시하도록 해야한다”며 “노동자가 동의할 때 연장 노동을 하고 적정 시간 노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