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배추, 사과, 귤, 양배추, 김.’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 현재까지 가격 변동폭이 컸던 농수산물들이다. 재배 기술이 발달한 요즘 농수산물의 가격이 출렁이는 것은 대부분 이상기후 때문이다.
작년 7월 말까지 지속된 장마로 서울 근교 채소 농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토마토는 그중 하나였다. 생활협동조합의 완숙 토마토와 채소로 아침을 해결해온 나는 9월 초까지 대체품을 못 찾아 고생했다. 토마토와 채소가 아예 매대에 없는 날도 많았다. 작년 장마는 일평균 강수량 역대 1위, 누적 강수량 역대 3위 기록을 남겼다. 서울에는 20일 내내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최악의 장마였다.
10월에는 고랭지 배추 작황 악화로 배추값이 뛰기 시작했다. 고랭지 배추는 한여름에도 기온이 26도 이상 오르지 않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주로 재배한다. 그런데 작년 여름 강원도 산간까지 덮친 폭염 탓에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았다. 고랭지 배추는 이미 2022년에 가을 이상저온으로 ‘금배추’가 된 바 있었다. 한 해는 이상고온으로, 한 해는 이상저온으로 가격이 오른 셈이다.
‘국민 과일’인 사과는 지난 4월 총선 이슈가 되기도 했다. 작년 3월 개화 시기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데다 장마철 집중 호우로 수확량이 30%나 줄었다. 정부가 추석과 설날을 맞아 비축물량을 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제 제사상에 사과 대신 바나나를 놓아야 하냐”는 탄식이 나왔다. 정치권에서 부랴부랴 총선을 앞두고 설익은 사과 수입 카드를 들고나왔다가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일 수입에 꼭 필요한 병해충 검역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에 평균 8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양배추 파동도 있었다. 지난겨울 잦은 비로 양배추 수확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SNS에는 양배추 한 통에 1만원에 거래되는 사진이 돌아다닐 정도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MIS) 자료를 보면, 4월 말 기준 양배추 1통의 소매가격은 5977원으로 전년(4041원)보다 50%가 올랐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은 뭍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수출량 많은 김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세계 2위 김생산국인 일본의 김 가격이 이상기후에 의해 상승한 탓이었다. 바다 수온이 오르면서 김이 누렇게 변하는 황백화로 일본의 김 생산량이 50%나 줄었다. 일본이 감소량을 우리나라 김 수입으로 대체하면서 국내 김값이 2배가량 뛰었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해수 온도가 상승한 국가다. 이래저래 김값은 ‘금값’ 될 가능성이 높다.
농수산물 가격 파동은 해마다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처럼 다양한 농수산물 가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금값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무엇보다 가격 파동의 원인이 기후위기 탓인 경우가 많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더 답답하다. 다음달 시작될 장마로 또 얼마나 많은 농수산물 앞에 ‘금’자가 붙을지 벌써부터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