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내부 표 단속이 도를 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특검 반대 당론에 따라달라는 친전을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특검 찬성 입장을 밝힌 김웅·안철수·유의동 의원을 향해 ‘당을 나가라’는 식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박정훈 당선자는 “이 당에 그 분들이 계속 있어야 되느냐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특검을 찬성한다면 당을 떠나달라”고 했다.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민심을 외면하고 ‘용산 바라기’로 산 업보였다. 총선 후에 당에서 나온 얘기도 수평적 당정관계 정립이고,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하는 여당이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이 그런가. 쇄신은 말 뿐이고, 대통령실만 쳐다보던 과거 모습으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것이 채 상병 특검이다. 국민 다수 여론은 특검을 도입해 한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받들고 길을 찾기는커녕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민심에 부응하려는 의원들마저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여당에서 문제 삼는 야당의 특검 추천권 등도 모두 전례가 있어 내로남불식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백날 반성한다 하고 쇄신을 다짐한들 누가 믿겠는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 외압 정황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김 사령관이 참모들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파일을 확보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역정내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회의 참석자 전언도 언론에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한 데서 수사 외압이 시작되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 이 ‘격노설’이 관련자 증언과 물적 증거로 확인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격노설 질문에 동문서답하고,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본인을 향한 수사를 피하려고 거부권을 사유화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이번에 채 상병 특검법을 부결시키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찬성 여론이 높은 채 상병 특검은 한 번 피해가면 되는 소나기가 아니다. 192석을 가진 거야는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발의할 것이고, 제2의 특검 정국이 열릴 것이다. 진실과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국민의힘은 계속 민심에 맞설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