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찰 수사 범위 ‘부패범죄·경제범죄’ 제한…정부, 개정법의 ‘등’이란 문구 활용해 시행령으로 무력화
수사·기소 분리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더 쉬워…입법 논의 축적, 이왕 할 것 빨리 하는 게 좋아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거론되는 ‘검사장 직선제’ 공감하지만 지금은 권한 나누고 줄이는 걸 우선 과제로
중수청, 총리 산하로 두자는 의견 우세…권한 집중 안 되게 경찰·공수처·중수청 상호 견제·감시 필요
고위간부 인사 패싱, 대통령·검찰총장 ‘약속 대련’ 합이 안 맞은 셈…‘김 여사 수사’ 결국 뭉개면서 갈 것
다시 검찰개혁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1일 첫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TF는 올해 국정감사(10월) 전까지 검찰개혁 입법을 끝내기로 목표를 정했다.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내건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과제도 검찰개혁이다. 여기에 진보 성향 군소정당을 더하면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에 힘을 실을 야권 의석수는 최소 189석에 달한다. 22대 국회 벽두부터 야권 주도의 검찰개혁 국면이 예고된 것이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개혁이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단행된 지 불과 2년 남짓 지났다. 그런데도 다시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건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검찰 요직을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채웠고, 그 검사들은 야당과 전 정부 인사,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줄기차게 수사했다. 김건희 여사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뭉갰다. 정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 축소법을 무력화하고 검찰의 힘을 도로 키웠다. 검사 출신이 정부나 공공기관 요직까지 줄줄이 꿰차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나왔다.
야권의 검찰개혁 방향은 수사·기소 분리로 수렴된다. 과거에는 검찰 수사권을 얼마나 줄일지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대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는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법 입법 당시 여야가 추후 추진키로 합의했던 바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은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의 개혁과 연동된다. 그래서 속전속결식 검찰개혁이 가능한가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기소 분리 입법 논의는 굉장히 오래됐다”며 “축적된 논의가 있기 때문에 입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또 “검찰의 수사권을 일부 살려놓으려고 하다 보니 입법적 구성이 굉장히 까다로워지더라”면서 “수사·기소 분리로 깔끔하게 정리하면 더 쉬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왕 할 거 길게 끌지 말고 빨리하는 게 좋다”고 했다. 2022년 민주당 검찰개혁 TF 팀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검찰개혁 실무를 주도했던 박 의원을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 검찰개혁은 왜 필요합니까.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형 집행권, 민사사법에 대한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집중된 권한이 남용되는데 견제가 안 되는 문제가 반복되다 보니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자는 얘기가 수십년간 계속됐죠. 더 미룰 필요가 없어요. 빨리해야죠.”
- 현 정부 검찰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입니까.
“사유화죠. 반대 세력에게는 칼로 작용하고 특정 세력에게는 방패로 작용하고 있어요. 또 검찰공화국이라고 하잖아요. 특정 검찰 인맥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면서 검찰의 논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돼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죠.”
-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을 두고 ‘사법체계가 정쟁의 트로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20대 국회 말미에 공수처를 설치했고, 21대 국회에서 검찰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로 줄이려고 시도했으나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무력화했죠. 이 총장은 뭔가 많이 고친 것처럼 말하는데 그건 사실과 달라요. 검찰의 권한 집중, 남용, 사유화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상황이에요. 확실하게 입법적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 지난 검찰개혁이 부실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공수처는 다른 야당들 요구를 수용하면서 작게 만들어졌죠. 그러다 보니 검찰 견제기구 역할이나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활발하게 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로 줄이려고 했는데, 이 용어 자체가 추상적이에요. 개정 법에 ‘부패범죄·경제범죄 등’으로 돼 있는데, 이 ‘등’을 검찰이 할 수 있는 수사를 예시한 것으로 정부가 해석하면서 시행령으로 다 무력화한 거죠.”
-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을 적폐청산 도구로 쓴 탓에 검찰개혁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어요.
“정권 초기에 할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죠. 내용적으로도 수사·기소 분리 쪽으로 더 갔다면 좋았겠죠. 다만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는데, 그러자면 경찰도 준비가 돼야 됩니다. 자치경찰제 도입, 이런 문제와 연동되거든요. 그런 고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
- 검찰개혁도 그렇고, 방송개혁도 그렇고, 민주당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는 제도개혁에 소극적이었어요.
“저는 제도를 개혁해서 시스템적으로 민주주의가 역진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최근에는 저처럼 생각하는 분이 절대다수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겪어보니 그렇네’ 이런 거죠.”
- 민주당은 속전속결식 검찰개혁을 말합니다만, 검찰개혁은 사법 시스템 전반의 개혁과 연동됩니다. 이걸 단기간에 할 수 있나요.
“이 입법 논의는 굉장히 오래됐어요. 축적된 논의가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다고 보지 않아요. 또 검찰의 수사권을 일부 살려놓으려고 하다 보니 입법적 구성이 굉장히 까다로워지더라고요. 수사·기소 분리로 깔끔하게 정리하면 더 쉬울 수 있어요. 우리가 검찰개혁을 시도해봤잖아요. 그 경험을 통해서 보니까 작은 구멍도 나중에 보면 큰 구멍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없게 확실하게 내용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왕 할 거 길게 끌지 말고 빨리하는 게 좋고요.”
- 검사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검사장 직선제를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20대 국회 때 검사장 직선제 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검사장 직선제가 우선적 과제는 아닌 것 같다. 검찰 권한을 나누고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에 검사장 직선제 등을 고민하자’ 이렇게 얘기했어요. 검찰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데 선출을 통해 민주적 정당성까지 갖게 되면 어마어마한 권력기관이 될 수 있거든요.”
-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검찰 역할은 어떻게 바뀌나요.
“기소를 담당하면서 수사 과정의 위법·부당성 여부를 스크린하는 역할을 해야죠.”
- 그러자면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검찰의 사법적 통제 기능은 더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소 단계에서 수사를 되짚어보면서 위법·불법 증거가 있다든지 하는 걸 걸러내고 기소권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쓰면 되겠죠. 수사 지휘와는 다릅니다.”
- 지금 검찰 간판을 유지하면서 그 역할을 합니까, ‘기소청’으로 바뀝니까.
“명칭은 어떻게 하든 역할은 그런 식으로 조정하면 됩니다.”
- 공수처도 수사·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공수처도 수사·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공수처는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수사·기소를 같이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저는 전체적으로 다 수사·기소 분리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봐요.”
- 검찰의 영장청구권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갖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이 있어요. 수사권은 없더라도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수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거죠. 반면 검찰의 영장청구권이 위법·부당한 수사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어요.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강제수사 필요성을 1차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거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 중수청을 만들면 소관 부처는 어디인가요.
“‘국무총리 산하로 하자, 행정안전부 산하로 하자’ 의견이 분분한데, 총리 산하로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조금 우세해요. 행안부 산하로 놓으면 경찰과 한 바스켓에 담기게 돼 상호 간의 견제 기능이 무의미해진다는 거죠.”
- 중수청 인사는 누가 합니까. 중수청은 사유화 안 될까요.
“그래서 시민사회, 전문가, 각 기관, 법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인사·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만들자는 얘기들이 있는 거죠. 경찰도 경찰위원회를 거쳐 인사하게 돼 있잖아요. 총리 산하에 두더라도 인사를 위한 별도 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또 외국도 마약 수사, 조세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을 따로 만들어 한 수사기관이 권한을 집중적으로 갖지 못하게 합니다. 한국도 경찰·공수처·중수청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감시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거죠.”
- 공수처 사례에서 보듯 중수청을 만들어도 수사력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겁니다. 보완책이 있나요.
“검찰 측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인력 재배치를 통해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지금 검찰 수사인력은 검찰이 수사를 안 하게 되면 재배치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분들이 중수청에 배치된다든가, 또는 경찰에서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중수청에 배치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검찰 수사권을 없애면 경찰 권한이 커질 텐데, 경찰권 견제 방안은 무엇인가요.
“자치경찰제, 경찰위원회를 실질화시킬 필요가 있어요. 현 자치경찰은 수사 범위가 굉장히 한정적인데, 수사권을 더 부여하고 인사권도 지방자치단체에 좀 더 부여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는 거죠.”
- 경찰은 지금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데, 경찰 수사 범위가 넓어지면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애매한 부분도 있어요. 검찰의 수사권이 남아 있고 경찰은 1차 종결권 정도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계속 요구하면서 경찰 업무를 과중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는 거예요. 물론 인력난도 있고요.”
- 경찰 인력난은 어떻게 해소합니까.
“단기적으로 풀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수사·기소를 분리하면서 검찰 수사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경찰 인력도 증원해야죠.”
-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사·기소 분리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2차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시발점이 됐던 게 양당 원내대표 합의문이에요. 그걸 한번 다시 보세요. 장기적으로 검찰 수사 안 한다고 돼 있습니다.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걸 합의한 거고 의총에서도 통과시킨 거예요. 그러고 나서 뒤집은 거지만, 여당 내에도 검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 찬성 안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얘기죠. 지금은 모르겠어요.”
- 민주당 주도로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 통과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것까지 상정하고 논의하면 너무 복잡할 것 같고요. 저희들은 할 일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 검찰개혁 논의는 검찰개혁 특위를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굳이 검찰개혁 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특위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고, 특위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하네 마네, 야당만 단독으로 하네 하면서 그것 자체로 논의가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검찰의 상황으로 화제를 돌려보았다.
- 얼마 전 김건희 여사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들이 모두 교체됐고, 윤 대통령 측근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왔어요. 이 인사의 의미가 뭐라고 보세요.
“대통령 배우자 수사는 하지 말라는 거죠. 몇몇 검찰 출신 분들께 ‘이번 인사가 야권에 대한 공격용이냐, 정권 방어용이냐’ 여쭤봤어요. 방어용이라고 보는 분이 많더라고요. 윤 대통령이 ‘내 사법 리스크는 내가 해결한다’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자기에게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걸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가운데 민정수석이 부활했고, 검찰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자기 사법 리스크 해결이 제일 급선무라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은 거부권으로 막고 검찰 수사는 인사 조치를 통해 방어막을 친 것 같아요.”
-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신속·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얼마 뒤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패싱됐습니다. 이 총장의 김 여사 수사 지시가 대통령실과의 ‘약속 대련’이라고 보세요.
“약속 대련을 하려고 했는데 이 총장이 생각한 합하고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 측이 생각한 합하고 안 맞은 거죠.”
- 윤 대통령과 이 총장의 관계는 틀어진 겁니까.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러나 완전히 남이 됐다고 보기도 어렵죠.”
-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수사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뭉개면서 가겠죠.”
- 통상 검찰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생존을 도모합니다. 이 총장은 어떨까요.
“이 총장은 그러지 못할 거예요. 9월까지 임기도 얼마 안 남았고, 손발도 다 잘려나갔잖아요. 윤 대통령은 다음 총장도 아주 심혈을 기울여서 임명하겠죠. 다음 총장 때까지 검찰이 반기를 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박 의원은 지금의 검찰을 얘기하며 ‘야권에 대한 공격용이냐, 정권 방어용이냐’ ‘약속 대련’ ‘반기’와 같은 말을 썼다. 요새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서 검찰을 다룰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늘 오르내리는 게 이런 말들이다. 검찰권 사유화를 둘러싼 쟁투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이런 말들, 권부의 내밀한 권력투쟁을 묘사하는 이런 말들은 민주공화국의 검찰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검찰의 정치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권력의 곁불을 쬐던 이전의 검찰과 국가권력을 접수한 지금의 검찰은 또 양상이 다른 것 같다.
모든 제도는 경로의존성을 만든다. 기존 경로에서 이탈하면 발생할지 모를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있게 마련이고, 이것이 제도 존치를 주장하는 강력한 논거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법 앞의 평등,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곧게 적용되는 형사사법 시스템이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라면 그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옳다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존 제도와 그 제도에 이해관계를 갖는 정치·경제·사회적 생태계의 항구적 볼모가 될 뿐이라는 게 ‘근본적 검찰개혁론’ ‘불가역적 검찰개혁론’ 바탕에 깔린 문제의식으로 보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로의존성을 벗어나려는 입법적 결단과 매끄러운 제도개혁을 위한 치밀함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