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왜 막지 않는가

2024.06.17 20:30 입력 2024.06.17 20:31 수정

북한을 비판할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민족 대결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날려보낸 오물풍선의 발단이 된 대북전단은 그저 단순한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1991년에 유엔에 정식 가입한 회원국이다. 유엔헌장에 따라 북한은 모든 나라로부터 평등한 주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국제법 관점에서 보면, 대북전단은 국가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전복 활동이다. 적대적 심리전이다. 더욱이 풍선에 달러 지폐, 식품 등 물건마저 실어 보내는 것은 북한의 통화 질서와 국경 관리에 대한 직접적 침해다. 그러므로 유엔 회원국인 나라가 민간 단체가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것임을 알면서도 재정 지원을 하는 행위는 유엔헌장 위반이다.

국내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제평화의 유지를 대한민국의 과제로 삼는다. 공중 비행 풍선에 정식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는 물건과 유인물을 넣어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행위는 국제평화유지가 아니다.

대북전단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만 기본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접경지 국민에게도 기본권이 있다. 평화롭게 행복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자유가 있다.

헌법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할 권한이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2016년과 2023년에 이 조항을 근거로 대북 전단 살포를 경찰이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가?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공공의 안녕을 직무로 하고 있다. 경찰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가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2017년에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에는 직무상의 의무 위반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른 피해는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북한을 비판할 자유는 허용해야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다르다. 헌법 절차에 따라 제한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경찰청장과 강화 파주 등 접경지 관할 경찰서장은 즉각 저지에 나서야 한다. 이를 하지 않을 경우 직무상 의무 위반이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찰청장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중단해야 한다. 30년 전부터, 남북은 군사분계선에서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1992년, 정원식 국무총리와 연형묵 정무원 총리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여 부속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어 2004년의 합의에서도, 2018년의 4·27 판문점 선언 합의와 9·19 평양 선언 합의에서도 확성기 방송을 명백하게 금지했다.

확성기 방송은 남북관계발전법 위반이다. 왜냐하면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 사이에 문서로 된 ‘모든’ 합의를 남북합의서로 정의했다. 그리고 남북합의서를 위반하여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해 확성기 방송을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제24조 제1항 제1호).

윤석열 대통령이 9·19 평양 선언을 전부 종료시켰지만, 대북방송을 금지한 4·27 판문점 선언은 아직 유효하다. 그 이전의 합의서들도 유효하다. 그러므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관계발전법 위반이다.

국민들의 하루하루 삶이 살얼음판이다. 대북전단에 이은 확성기 방송은 국민이 원하는 평화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당장 경찰청장과 강화 파주 등 관할 경찰서장에게 대북전단에 대한 경찰권 발동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산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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