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게양대 설치 논란
대형기·불꽃 추진 예정
“국가적 상징성 갖춘 공간”
시민단체 “전체주의적”
서울 광화문광장에 높이 100m에 이르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추진된다. 사업을 발표한 서울시는 태극기를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국가상징물”이라고 취지를 밝혔지만 국가주의적·전체주의적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도심 국가상징 공간 조성과 함께 광화문광장에 상징적 시설물로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2026년까지 설치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의 더블린 스파이어와 같은 역사적·문화적·시대적 상징성을 갖춘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게양대 높이는 주변 건축물을 가리지 않기 위해 100m로 계획돼 있으나, 설계 과정에서 더 높아질 수도 있다. 100m가 넘는 게양대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게양대 위에는 가로 21m, 세로 14m의 태극기가 걸리고, 하단에는 높이 15m의 미디어 퍼사드를 두른다.
오는 8~11월 통합설계 공모를 진행할 예정인 광화문광장 상징물은 내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마치고 5월에 착공해 2026년 2월쯤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상징물로 태극기를 선정한 데 대해 “3·1운동, 서울 수복, 1987년 6월항쟁 등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고 월드컵·올림픽 등에서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국가상징물”이라고 소개했다.
게양대 앞에 설치될 예정인 ‘꺼지지 않는 불꽃’에 관해서는 “기억과 추모를 상징하는 불을 활용해 일상에서 호국영웅을 기리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대의 나라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대한민국의 영속을 기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6·25 참전용사와의 간담회에서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 조형물을 건립해 모든 국민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발도 예상된다.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구시대적 조형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지금 시대에 애국심을 전달할 방법은 다양하다. 대규모 국기 게양대를 설치한다고 애국심과 자긍심이 함양되는지 모르겠다”며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