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도 어려운 유전질환 ‘골수부전증후군’ 맞춤치료 길 텄다

2024.07.06 15:00

국내 첫 유전 정보 규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 성과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인 골수부전증후군을 앓는 국내 환자의 유전정보를 상세히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질환에 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이번 연구에서 그간 각종 검사로도 질환명을 찾지 못한 환자의 정확한 진단명을 찾은 사례도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명신·이종미 교수,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 정낙균 교수 연구팀은 2010~2024년 골수부전증후군이 의심돼 진료받은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유전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패널 시퀀싱, 임상엑솜시퀀싱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해 50%의 환자에게 유전학적 선천성 질환을 확진한 결과를 ‘영국혈액학회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골수부전증후군은 골수에서 혈액의 세포성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혈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는 희귀난치성 유전질환들을 묶어 부르는 용어다. 그중 일부 질환은 급성 백혈병 또는 특정 고형종양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면밀한 추적관찰이나 적정한 맞춤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질환의 발생 빈도가 신생아 100만명당 65명 정도로 낮게 나타나는 것도 진단이 어려운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골수부전증후군 외에도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질환의 종류는 현재까지 발견된 수만 7000여종에 달한다. 대부분 겉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증상의 특징이 없어 진단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들 희귀질환의 약 80%는 유전질환이어서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 쇠약을 유발하는 중증질환이기도 하다. 국내 등록된 희귀난치질환은 1094종이고 이 질환들을 앓고 있는 환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유전정보를 확인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려는 연구가 이어지는 것도 전체 환자 수로만 보면 희귀질환이 사실상 희귀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선 최근 발전하고 있는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골수부전증후군과 관련된 다수의 유전자를 조합한 패널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을 썼다. 유전정보를 구성하는 개별 단위가 어떤 순서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돼 진단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골수 내 세포 모양과 골수 조직검사 결과로 혈액질환을 진단하던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전자적 특성을 기준으로 진단과 추적관찰, 맞춤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골수부전증후군 중 하나인 ‘AME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진단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2010년 10대 자매가 백혈구 감소로 병원을 찾았지만 모든 방법의 검사를 다 해봐도 정확한 질환명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 14년 만에 진단명을 찾았다. 또 선천성 혈소판 감소증, 골수성 종양, 선천성 면역장애 등 골수부전증후군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지만 병이 발생·진행되는 기전이 다른 질환들을 효과적으로 구별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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