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역대급 폭우로 축구장 1만3000여개 넓이의 농작물 재배지가 물에 잠기고 34만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노지 채소 등 생산량 차질이 우려되면서 다소 진정세를 보이던 먹거리 물가에도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전국 농작물 재배지 침수 면적(10일 오후 6시 기준)은 9522㏊(헥타르·1㏊는 1만㎡)로 집계됐다. 이는 축구장(0.714㏊) 1만3000개가 넘는 면적으로, 품목별로는 벼 피해 면적(7456㏊)이 가장 컸다. 이어 콩(486㏊)과 고추(309㏊)를 비롯해 수박(116㏊), 포도(99㏊) 등 과일·과채류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외에도 농경지 유실·매몰 88ha, 축사 침수·파손 약 21ha, 가축 폐사 33만9000마리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이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파악된 잠정치로, 추후 집계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병충해 확산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부터 고랭지 배추와 무 등 밭작물 중심으로 시듦병과 무름병 등 병충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집중호우로 더 확산될 수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는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채소류 가격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 증가하는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0.09%포인트 높아진다.
실제 지난달 출하지 확대 등으로 하락세를 보인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은 이달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0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에 1338원으로 한 달 전(770원)보다 74% 올랐다. 같은 기간 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891원에서 1227원으로 38% 상승했다. 7월 상순(1~9일) 기준으로 보면, 전달 대비 시금치 45.8%, 오이 35.3%, 상추 29.1%, 배추 17.9% 등으로 상승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 피해가 당장 수급이나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수급 문제는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채소류 등 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장마와 폭염 등 기상 상황에 따른 수급 불안정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도 “여름철 집중호우가 반복되면 농가에서 즉각적인 피해 복구가 쉽지 않다”며 “농산물의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이 늘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