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으로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동훈 되면 보수 갈라진다”…직접 들어본 국힘 전당대회 TK 당심

2024.07.14 17:21 입력 2024.07.14 19:13 수정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후보. 연합뉴스

“민심만큼 당심이 한동훈으로 확 쏠리진 않은 것 같다. 한동훈이 (더불어)민주당이랑 잘 싸울 텐데, 정부랑 자꾸 티격태격하니까 (당정이) 잘 화합할 수 있겠나 염려가 된다.”

대구 북구에 사는 30년 차 국민의힘 당원 김모씨(62)의 말에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TK) 지역 당원들이 7·23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고민이 잘 응축돼 있었다. 지난 12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만난 당원들은 어렵게 되찾은 윤석열 정권이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고 이를 타개할 당대표감을 찾고 있었다. 보수의 재집권과 ‘이재명 견제’를 중요하게 본 당원들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한동훈 후보에 더 모였다. 반면 보수의 결집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더 초점을 둔 당원들의 지지는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를 향했다.

한 후보의 지지층에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불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대구에서 온 당원 김모씨(50)는 “대구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며 “같이 망하게 생겼으니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으로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당원도 “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한동훈뿐”이라고 거들었다.

김씨는 “지난 총선 때 (이종섭 장관 사건 등을 보고) 권력이 (한동훈에게) 넘어갈 것 같으니 일부러 저러나, (대통령에게) 너무 실망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한 후보 지지자가 다수인 인파를 가리키며 “여기 온 사람들 거의 다 당원이다. 당심도 민심(여론조사)과 같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서 온 60대 김모씨는 “보수가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데 이 배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한 덩어리”라며 “누구든지 미워도 이 배를 구해놓고 보자. 지방선거, 대선까지 질 수 없다”고 한 후보 지지세가 큰 이유를 설명했다.

TK 지역 정치인의 요청에 따라 원 후보 팻말을 들고 있지만 한 후보 당선을 예상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60대 배모씨는 “너무 마타도어(흑색선전)를 심하게 하니까 한동훈을 때릴수록 한동훈 지지율이 더 오른다”고 했다. 옆에 있던 60대 박모씨는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 “다 지나간 걸 왜 꺼내나”라고 비판하면서 “한동훈이 대표가 되어도 대통령과 소통은 잘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원희룡·윤상현·나경원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원희룡·윤상현·나경원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 후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대구시의원은 “지난번에 젊은 당대표 이준석을 뽑았는데 잘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건건이 대통령(대선주자)과 부딪혔다”며 “윗분들은 쉽게 말로 싸움을 주고 받지만 우리 당원들은 심장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당이 너무 확 변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완곡하게 이끌어야 한다”며 “원 후보가 국토부 장관 할 때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고 안에서 치고받으면서 정리를 했기 때문에 한 번 당을 맡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에서 온 김모씨(59)는 “보수가 결집해야 한다. 한동훈이 되면 보수가 갈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다 자기 배지 달려고 할 때 이재명을 잡으러 험지에 갔다”며 원 후보를 지지했다. 그는 “당대표는 경륜과 정이 있어야 한다”며 “한동훈은 (문자 무시 논란에서 보듯) 너무 각박하다”고 말했다. 김씨 일행인 다른 당원도 “원희룡이 원래 이재명 잡는 일타강사였다”며 “안정되고 행정경험(제주도지사)도 있는 사람이 해야지, 처음 하는 사람은 좀 불안하다”고 말했다.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당원이었다는 A씨(68)는 “나경원이야말로 정부에 협조할 때 하고, 견제할 건 견제할 줄 안다”고 나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여당이 이재명의 야당과 상대하려면 당대표가 본회의장에 원내대표와 함께 서서 지휘를 해야 한다”며 “원외 당대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원희룡을 민다는 건 자가발전”이라며 “나경원도 용산에 다녀왔다”고 강조했다. 또 “당심은 민심과 다르다. 3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당원투표는 나경원이 이준석에 앞섰다”며 “TK 당원들이 현명하게, 전략적으로 판단할 줄 안다”고 말했다.

김 여사 문자 등을 둘러싼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을 비판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박씨는 “사람들이 다 집안에서 왜 그렇게 피를 토하며 싸우냐고 뭐라고 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를 지지하는 김씨도 “숨겨야 될 일을 너무 이렇게 떠드는 것은 서로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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