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44품목 ‘공급 중단’…4품목은 ‘부족’
건보 적용 못 받아 대부분 고가…“제도개선 시급”
최근 5년간 국내 공급이 중단되는 등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한 희귀의약품이 71품목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2개월 동안 공급이 재개되지 않고 있는 약제를 비롯해 모두 48품목은 여전히 공급 중단·부족이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운영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희귀의약품 공급 부족·중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수급 불안정 품목은 모두 71품목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4품목은 현재까지 공급이 중단된 상태이며 4품목은 공급 부족이 지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지난 2월27일 희귀·필수의약품 수급 상태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공급 중단된 필수의약품의 국내 공급시기를 기존 4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 중단 상태인 품목이 다수 확인된 것이다.
공급 부족과 중단이 보고된 희귀의약품은 3품목을 제외하고 모두 수입 품목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허가된 희귀의약품 제조 동향을 살펴보면 총 88품목 중 7품목만이 국내 제조 품목으로, 희귀의약품의 수급 불안정 문제는 높은 해외 의존도와도 관련이 있었다. 서 의원은 “의약품 공급망은 전염병과 전쟁 등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약주권의 확립을 위한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급이 불안정한 희귀의약품 중 다수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이 쓰기 어려운 수준의 고가 약제라는 점도 드러났다. 현재까지 공급이 중단되고 있는 44개 품목 중 32품목(72.7%)이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이다. 지난 2월부터 국내 공급이 중단된 ‘가브레토캡슐 100㎎(프랄세티닙)’은 2022년 3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비급여 판정을 받자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비싼 약값 때문에 환자들이 해당 약제를 쓰지 못하면 제약사도 채산성을 이유로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다.
서 의원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희귀의약품 급여율은 53%, 지출 비율 또한 3.6%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만큼 희귀질환 약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희귀난치병 환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부처가 약제 허가 이후 급여화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움직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